증시 랠리 이면의 경고 신호…"추격 매수 자제해야"[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08.22 18:3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이달 초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 급반등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S&P500지수는 21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4% 오른 5620.85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월5일에 기록한 전 저점 5186.33에 비해 8.4% 반등한 것이다. 지난 7월16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5667.20에 비해서는 불과 0.8% 낮은 수준이다.

S&P500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나스닥지수는 이날 0.6% 상승한 1만7918.99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8월7일에 기록한 전 저점 1만6195.81 대비 10.6% 상승한 것이다. 지난 7월10일에 경신한 사상최고치 1만8647.45에 비해서는 3.9% 낮은 수준이다.

미국 증시가 2주일 사이에 이처럼 급반등하긴 했지만 걱정스러운 조짐이 남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경기 방어주 선전


울프 리서치의 이사인 롭 긴스버그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2주일 전부터 시작된 격렬한 랠리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표면 아래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헬스케어와 필수 소비업종, 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주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필수 소비업종은 21일 소매업체 타겟의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대로 경기에 민감한 경기 순환주는 상대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업종은 지난 8월5일 이후 한자릿수 초반의 낮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유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업종도 같은 기간 한자릿수 초반의 미미한 상승률을 보였다.

은행업종도 지난 5일 이후 주가 상승률이 6% 미만으로 S&P500지수에 비해 낮았다. 이는 경기 약화에 따른 대출 수요 둔화 우려 때문이다. 제조업종과 소매업종 역시 같은 기간 주가 수익률이 S&P500지수에 못 미쳤다.

지난 8월5일 이후 랠리를 주도한 것은 14%가량 오른 기술업종이었다. 기술업종은 경기가 확장될 때 실적이 호전되긴 하지만 에너지나 제조업, 소매업에 비해 경기 민감도는 떨어진다. 경기에 상관없이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술업종의 반등폭이 컸던 것은 증시가 하락할 때 더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경기에 민감한 에너지와 원자재업종의 주가 약세에 대해 매뉴라이프 투자관리의 멀티애셋 솔루션 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네이선 투프트는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보다는 중국과 유럽의 저성장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기 국채수익률 하락


최근 미국의 장기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는 것도 경기 약세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1일 3.778%로 하락해 지난해 7월1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수익률은 4.051%로 지난해 12월29일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추이/그래픽=김현정

배런스는 이에 대해 채권시장이 당분간 어떤 종류의 경기 반등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주식에 경고 사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리미티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밥 엘리엇은 최근 시장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혼재돼 있다며 "채권시장은 경제적 재앙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주식시장은 100년만에 최대의 기술 호황을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다만 최근의 국채수익률 하락이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기보다 채권 트레이더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과도하게 베팅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DX 어드바이저의 CIO인 벤 맥밀란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증시가 경제를 너무 낙관하고 있다며 주가가 "완벽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반드시 닥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시는 내가 보기에 보장할 수 없는 완벽한 연착륙(소프트랜딩)을 너무 높은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 순환주 부진시 밸류에이션 하락


배런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경기 순환주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 일치한다,

중요한 점은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경기 순환주의 주가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밑돌 때 시장 평균 대비 저조한 수익률만큼 S&P500지수의 총 밸류에이션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의 21배에서 내년 6월에는 19배로 낮아지면서 S&P500지수가 현재보다 4%가량 낮은 5400선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윌슨은 주식 강세장이 지속된 지난해와 올해 내내 약세론을 견지해왔다.

배런스는 그렇다고 지금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격 매수는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경제 성장세에 대해 서로 다른 혼재된 지표들이 나오며 불확실성이 고조된 만큼 좀더 차분히 경제가 진행하는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21일에는 가장 최근의 고용 동향을 보여주는지표로 중요성이 커진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된다. 또 S&P의 8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와 7월 기존 주택 판매건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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