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인근 거리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갑작스런 경보 소리에도 시민들은 침착하게 수도권지하철 시청역으로 이동했다. 한 시민은 아이를 번쩍 안고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고 손에 든 커피를 쏟지 않으려고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시민도 있었다.
시청역 입구 주변엔 민방위 조끼를 입은 공무원들이 민방위 깃발을 들고 시민들에게 "얼른 들어가세요"라고 외쳤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려는 시민들에게 "10분간 나가지 못 한다"라며 통제했다.
일부 시민들은 "꼭 들어가야 하나"라며 볼멘소리를 냈지만 대다수는 통제를 잘 따랐다. 앉아서 부채를 부치던 노인들도 "번거롭지만 해야지"라며 미소지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한듯 텅 빈 거리를 스마트폰으로 찍고선 함께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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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도발 등 공습상황 대비…대피소는 1만7000여곳━
22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민방위 훈련이 실시됐다. 지난달 호우 피해를 입은 충북 영동군과 전북 완주군 등 24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진행됐다. 이번 훈련은 미사일 도발 등 공습 상황에서 국민 대응능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훈련은 △공습 경보발령 △경계 경보발령 △경보 해제 순으로 이뤄졌다. 오후 2시 정각에 1분간 사이렌이 울리면서 공습경보가 발령됐고 시민들은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나 안전한 지하공간을 찾아 대피했다.
운전자 안전과 긴급 차량의 통행로 확보를 위한 훈련도 실시됐다. 통제 구간 내 운전자는 도로 오른편에 차량을 세우고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훈련 상황을 안내받았다. 이날 서울은 △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 교차로 △구파발 사거리∼박석고개 교차로 △도봉산역∼도봉역 교차로 등 총 3개 구간이 통제됐다.
시민들은 훈련 경계경보가 발령된 오후 2시15분부터 대피소에서 나와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통행할 수 있었다. 오후 2시20분에는 경보가 완전히 해제됐다. 시청역에 모인 시민들은 경계가 완전히 해제된 후 지하철역을 떠났다.
민방위 대피소는 아파트 지하와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 전국 17000여곳에 마련됐다. 네이버·카카오, 국민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대피소 위치가 공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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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훈련 필요해"…외국인 관광객 "신기하고 무섭기도"━
시민들은 대체로 통제에 잘 따르면서 훈련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30대 안모씨는 "직장이 이쪽이라 왔다가 민방위 훈련 때문에 인근 지하철역으로 들어왔다"며 "최근 북한 도발 등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 국민들 안보의식을 기르는 차원에서도 이런 훈련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평구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분단 국가고 이런 훈련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귀찮아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도 나갈 수 있지만 훈련이 완전히 끝나는 20분에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는 사토씨(25)는 이날 캐리어를 들고 친구 두 명과 시청역으로 대피했다. 그는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이 지하철로 오자 조금 무서운 기분도 들었다"면서도 "다들 웃으며 커피를 먹거나 돌아다니는 걸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함께 온 다른 일행도 "일본에서는 이런 훈련을 따로 해본 적 없다"며 "바쁜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런 훈련이 가능한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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