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영끌족'에 경고 "금리 빠르게 내릴 거라 생각하면 안돼"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김주현 기자 | 2024.08.22 15:01

"정부 공급대책, 현실적이고 과감"
대통령실 '금리동결, 아쉽다' 반응엔 "그런 견해들 다 취합해 듣고 내부 토론 통해 결정"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기술적 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금융안정과 장기적인 한국경제 발전 방향을 볼 때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가는 안정되고 경기 우려는 높아지는데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하면서다.

이 총재는 "특정 지역 집값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순 없다"라면서도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맨데이트(책무)가 너무 중요해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가만히 두는 게 한국 경제에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집값이) 소득 대비 너무 올라가 거품이 꺼졌을 때 금융안정 측면에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경기가 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다시 좀 올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한국경제에 좋은 것이냐 생각할 때 지금 금통위원들이 굉장히 강하게 그런 고리는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른바 '영끌족'을 향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치기는 통화정책을 운용하진 않겠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예전 0.5%수준으로 빠르게 내려 영끌했을 때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공급대책이 현실적이고 과감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총재는 금리인하가 늦어짐에 따라 내수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단 지적에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가격이나 금융안정의 요인이 되는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것은 이 시점에 잡아두는 것이 굉장히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해 금리를 이번에 동결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대통령실이 기준금리 동결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선 "그런 견해들을 다 취합해 듣고 내부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을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은이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p(포인트) 낮은 2.4%로 하향 조정한 데 대해선 "1분기 경제가 좋아진 것이 소비를 포함해 일시적인 요인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크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이 약간 과도한 면이 있어서 그것을 기술적으로 낮춘 것이지, 경기가 갑자기 나빠졌다든지 아니면 기조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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