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AI상담 답답하셨죠"…전용번호로 '상담사' 바로 만나요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 2024.08.25 11:2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실 신고 및 금융사기는 별표, 상담직원 연결은 0번을 눌러주십시오."(KB국민은행 고객센터 어르신 전용 회선 안내 멘트)

국민은행의 '어르신 전용 회선'으로 상담사 연결을 고를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15초. 번호 선택지도 2개뿐이다. 통상 일반 회선으로 상담사를 연결할 때까지 수 분이 걸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 고객센터의 AI(인공지능) 상담이 고령층의 금융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 은행들은 이처럼 '어르신 전용 전화'를 운영 중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어르신 전용 회선'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문의가 대표번호를 통해 들어오지만 65세 이상 어르신 고객의 금융 편의성을 위해 따로 마련돼있다. 대표번호를 이용하면 '상담사 연결' 시 AI가 선응대하는 것과 달리 어르신 전용 회선은 곧바로 '사람'이 응대한다.

우리은행도 이달 초 '어르신 전용 전화'를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어르신 전용 전화도 'AI상담봇'이 아닌 전담 상담원이 연결된 뒤 상세 응대로 이어진다. 하나은행의 어르신 전용 회선에도 전담 상담원이 따로 배치돼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AI를 강화해서 품질을 높였다. 신한은행 'AI음성봇'에 'AI 감정분석'을 추가해 상담 말투에서 고객이 AI와의 상담을 어려워한다는 분석이 나오면 바로 상담사를 연결해준다. 원래도 고객 정보상 65세 이상이라면 AI음성봇이 아닌 상담사가 연결되는데,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더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최근 '어르신 전용 상담'을 강조하는 건 AI 상담이 고령층의 금융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그간 은행들은 AI상담봇(상담원)이 '잔액 조회' '송금' 등과 같은 핵심 단어를 듣고 간단한 업무를 처리를 돕는 덕에 업무 효율을 높이고 고객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AI가 상담을 우선하다 보니 실제 상담사 연결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잇따랐다. 특히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은 '보이는 ARS(자동응답)' 등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데 AI가 응대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지적에 지난달 22일 '제5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열어 고령 금융소비자의 AI 상담 불편 개선 과제를 심의했다. 최초 전화 연결부터 '0번은 AI 상담, 1번은 일반상담원'과 같은 안내 방안이 거론됐다. 당시 금감원은 AI 상담을 도입하는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고려해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앞으로 전화뿐만 아니라 ATM·영업점 등에도 큰 글씨·난청 서비스 등으로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 신한은행 일부 지점이 ATM 화면을 돈 찾기·돈 넣기·돈 보내기·통장 정리 4가지만 강조한 '큰 글씨 버전'으로 기본 설정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이 호평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어르신 상담은 어르신 입장에서 공감하는 게 중요한데 AI는 그러지 못하니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신다"며 "지금은 전용회선을 운영하는 방식이지만 나중에는 대표번호로 전화해도 고객 정보가 어르신이면 바로 상담사를 연결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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