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자본시장의 주축인 한국거래소의 최대 현안이다. 올해 2월 취임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도 빠르게 확정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주요 상장사뿐 아니라 경제단체, 외국계 증권사 등과 만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0.6%에 불과하다. 중간 성적표라고는 하지만 낯뜨거운 수준이다.
거래소는 9월까지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기업가치가 증대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추려서 국내 증시의 대표 지수로 키우려는 구상이다.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을 기준으로 구성종목을 선정할 방침인데, 지금 상황이라면 공시 미참여 기업들이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다. 구성종목 선정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는 동시에 공시 무용론도 제기될 수 있다. 초기 단계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표류하는 분기점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은 당국자의 읍소만으로 불가능하다. 경영진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당근책이 수반돼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주주환원 촉진 세제' 신설 방침을 밝혔다. 주주환원 우수 기업의 법인세와 개인주주의 배당소득세를 줄여주는 게 골자다. 재계는 기재부가 제시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통합투자세액 공제 한도 폐지, 배당을 기업소득 환류 방식으로 인정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주주환원 촉진 세제마저 도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여야 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세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질 9월 정기국회 전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밸류업 인센티브 방안을 주요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 국내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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