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블록체인이 이끄는 신재생에너지 혁신

머니투데이 소윤권 엔버스 대표 | 2024.08.23 02:03
소윤권 엔버스 대표

얼마 전 해외 태양광 개발사업에서 스마트그리드 구축 가능 여부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회사가 신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그리드 개념을 설계한 이력이 있어 신재생에너지 생산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의 매입과 유통주체가 실질적으로 한전으로 단일화한 우리나라와 달리 생산과 소비주체가 다극화한 나라에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극적으로 적용되는 추세다. 블록체인의 주요 장점인 투명성, 보안성, 탈중앙화가 분산적이고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관리, 거래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한계가 없다는 가정하에 블록체인 기술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을 야기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P2P(개인간) 에너지 거래와 소비자 참여 확대. 블록체인 기술은 P2P 에너지 거래를 가능하게 해 신재생에너지 생산자가 잉여전력을 직접 소비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태양광패널로 전력을 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웃과 전력을 거래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는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되며 거래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는 전통적 전력거래 방식에 비해 중개자의 개입을 줄이고 거래비용을 절감하며 거래과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P2P 에너지 거래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기록해 각 참여자가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분산형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 운영. 신재생에너지는 주로 소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분산형 전력망이 필수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지역단위에서 전력생산, 저장, 소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소규모 전력망인데 블록체인은 마이크로그리드 내에서 전력생산과 소비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에너지가 어디서 생산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으며 전력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셋째,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거래. 신재생에너지 생산자는 REC를 발급받아 이를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REC 발급과 거래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면 기존 복잡한 인증절차가 간소화하고 인증서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블록체인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생산된 전력에 따라 자동으로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또한 블록체인상에서 인증서가 발급돼 거래되고 REC 거래내역이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위변조나 부정거래를 방지할 수 있으며 거래비용도 절감된다.


넷째, 데이터 보안과 에너지 관리의 신뢰성 강화. 블록체인은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기록해 보안성을 강화한다. 에너지 생산량, 소비내역, 거래기록 등이 모두 분산된 네트워크에 저장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정보는 외부의 해킹이나 데이터 조작으로부터 안전하다. 이를 통해 각 참여자는 거래내역을 신뢰할 수 있고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제도적 한계가 없다는 가정이 끝났다.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만의 전력 생태계가 엄연히 존재하고 신재생에너지 역시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 태양광 개발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신재생에너지의 혁신을 다시 한 번 꿈꿔봤다. 전면적인 블록체인 적용은 어렵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데이터를 활용하는 영역으로 한정하더라도 혁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미래가 좀 더 밝아지기를 기대한다.(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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