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폭력예방법 제정 20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머니투데이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 2024.08.22 04:00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 사진제공=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때문에 멀쩡했던 내 자식은 치료하느라 학교도 못 가고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인데 상대는 버젓이 학교 잘 다니고 잘 먹고 잘 사는 게 말이 됩니까?"

푸른나무재단의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1588-9128)에는 매일 이같은 절박한 호소가 이어진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2004년 푸른나무재단이 주도한 47만명 시민의 서명과 시민사회 단체연대 출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제정된 지 20년이 된 지금에도 학교폭력은 위와 같이 청소년들과 가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고통을 주고 있어 타개를 위한 제도 개선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기업 참여가 필요하다.

푸른나무재단이 실시한 '2024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의 고통이 64.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39.9%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폭력의 경우 익명성·확산성의 특성으로 다른 유형의 폭력보다 고통의 수위가 더욱 크다. 학교폭력예방법도 피해자 지원 요청 시 게시물 삭제, 구상권 청구 등이 취해질 수 있도록 개정됐으나 보다 세부적인 지침 및 즉각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푸른나무재단은 교육부·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지난 2020년부터 고통을 호소하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통합지원 일시보호 기관(위드위센터)을 운영 중이며 이용 피해 학생으로부터 높은 만족도와 효과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피해 학생 전담의 통합지원 센터가 17개 시도에 확대 설치돼 피해 학생이 안심하고 보호받으며 집중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가정에도 큰 상처를 안긴다. '2024 전국 보호자 인식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보호자 98.2%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생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의 보호자와 가정에도 정신 건강, 경제생활 및 관계 등 다양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폭력예방법상의 보호 조치는 피해 학생에게만 적용되며 해당 보호자와 가정에 대한 법적 지원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피해 학생 보호자와 가정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방안과 함께 경제적 부담 해소, 회복 및 적응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학교폭력은 상당수가 사이버폭력과 연동돼 있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도 학교폭력의 98%가 사이버폭력과 연동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학부모 인식조사에서는 약 80%가 사이버폭력이 이루어지는 플랫폼 관련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이버폭력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청소년들이 피해를 받고 있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플랫폼 기업은 교묘한 방식으로 확산하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해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하고 유해 콘텐츠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관 협동 핫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학교폭력으로 울음을 삼키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있다. 이들은 생의 지속과 생의 끝, 그 경계에서 회복과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제 학교폭력으로 인한 고통이 피해 학생과 보호자, 가정의 중단 없는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피해 학생 및 가정을 위한 실질적인 보호·지원 확대 중심의 제도 개선과 플랫폼 기업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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