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상공인 없으면 배달도 없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24.08.22 05:10
서울 시내에서 배달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독점 기업의 횡포죠. 하루 아침에 50%씩 가격을 올려 파는 회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로선 방법이 없죠."(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프랜차이즈 업계의 요즘 가장 큰 화두는 배달비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사실상 국내 배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에 대한 비판이다.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배민은 이달 초부터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기존 건당 6.8%에서 9.8%로 약 1.5배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균형이 무너졌다'고 토로한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이미 배민에 입점하지 않고는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의 70~80% 정도가 배달로 나오는데,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배민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앱 가맹점주 영업이익률은 2022년 기준 평균 6.6%로, 기존 중개수수료(6.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율은 모두 9% 수준에 달한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 가격을 차등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나섰다. 정부 주도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구성됐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운 모습이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점주들은 배민 등에 대한 '보이콧(사용 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달 차등가격제와 공공 플랫폼 활용 방안 등이 대안으로 손꼽히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봇 배달 얘기까지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비 이슈로 경쟁력이 악화되고 나아가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자영업자와 점주들의 문제를 넘어, 프랜차이즈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상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사라지면 배민의 존재 이유도 없다.
이재윤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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