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수입원단 사용 휴지, 국산표기 바꿔야"...시정 첫발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 2024.08.20 16:32

조달청, 원단 가공업계에 공문..."원단 출처도 밝혀라"
산자부 유권해석이 근거..."수입원단 사용했다면 한국산 표기 안돼"

수입원단 위생용지(두루마리 휴지·핸드타월·키친타월·냅킨 등)의 '국산 둔갑'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가 본격적인 시정에 나섰다. 국산 표기가 된 위생용지를 조달시장에서 판매 중인 원단 가공업체들에게 원단의 출처를 요구하고, 수입원단을 사용했다면 원산지 표기를 수정하라고 요청했다.

올초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입원단 위생용지의 국산 표기는 위법이라고 유권해석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20일 본지가 확보한 공문에 따르면 조달청은 전날(19일) '국산 표기' 위생용지를 나라장터에서 판매하는 원단 가공업체들에 원단의 제조국을 밝힐 것과 수입원단을 사용했다면 표기를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최근 수입원단 위생용지의 국산둔갑 문제가 불거지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조달청은 위생용지의 '원산지 명시방법 특례' 항목 추가도 추진하고 있다. 특례 항목으로 추가되면 앞으로 위생용지를 나라장터에서 판매할 때 원단 제조국을 명시해야 한다.

위생용지는 커다란 '원단'을 △절단 △엠보싱 △포장 등 가공해 만든다. 위생용지 품질을 좌우하는 강도와 수축성, 물풀림성 등은 원단 단계에서 결정된다. 한해 소비되는 원단은 약 60만톤이다. 이중 수입산은 24%(지난해 기준)를 차지한다. 대부분이 중국 또는 인도네시아산이다.

현재 수입원단을 국내에서 가공해 만든 위생용지의 상당수가 국산으로 표기돼 판매되고 있다. 가공업계 일각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생용품 표시기준'에 원산지 표기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국산 표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식약처 표시기준에 규정이 없는 것은 원산지 표기가 대외무역법 소관이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이번에 가공업체에 원산지 표기 시정을 요청하며 대외무역법 주무관청인 산자부의 유권해석이 담긴 공문을 첨부했다. 앞서 조달청은 올초 본지 보도(관련 기사 : 형광물질 범벅 수입 화장지...'국산' 표기로 소비자 기만까지)로 위생용지의 국산둔갑 문제가 불거지자 이튿날 산자부에 위생용지의 원산지 표기 기준을 문의했다.


산자부는 위생용지가 관세율표의 품목분류상 48류(지와 판미)에 해당해 대외무역법상 '한국산 판정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품목'에 해당하는 점을 근거로 "재료를 포함해 100%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이상 한국산으로 표시할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산자부는 제조국을 표기하는 경우에도 "원산지를 오인하지 않도록 원단 수입국을 같이 표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조국 : 한국'을 표기하려면 '원지 : 중국산'을 병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었다.


앞장선 조달청...국내업계, 유통 채널에도 "원산지 표기 강화해달라"


앞서 원산지 표기의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관세청도 2017년 '중국산 원단으로 제조한 티슈는 원산지를 중국으로 표기해야 하는가'란 유한킴벌리의 문의에 절단과 엠보싱, 포장의 마무리 공정이 '단순가공'이기 때문에 원단 제조국을 원산지라 써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관세청과 올초 산자부의 해석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대다수의 가공업체는 원단을 수입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원산지나 제조국을 '대한민국'이라 표기해 판매해왔다. 이에 국내 원단 제조업계는 일부 가공업체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관세청도 같은 문제로 지난달 말부터 단속에 나섰다.

최근 3년 새 수입산 원단이 국산 표기를 앞세워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탓에 원산지 표기 문제는 국내 위생용지 원단 제조업계에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된 상황이다. 더구나 해외에서 종이자원(폐지), 특히 폐 A4용지를 혼합해 제조한 원단은 형광증백제가 대량 검출돼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원단 제조업체들이 모인 한국제지연합회의 위생용지위원회는 지난 13일 쿠팡과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SSG닷컴, 신세계, 홈플러스 등 국내 유통업계에도 "원산지 표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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