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연체율·NPL매각 빨간불…속타는 캐피탈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 2024.08.20 05:1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제공=뉴시스
캐피탈사의 연체율이 10% 넘게 치솟고 있으나 NPL(부실채권)을 털어내기 위한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여신금융협회가 개인 NPL을 일정규모로 묶어 공동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1000억원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캐피탈사와 카드사가 불참하면서 동력이 상실됐다.

19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캐피탈사의 개인 NPL을 모아 다음달 말 유동화전문회사(NPL전문투자사)에 공동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매각의 대상이 되는 채권은 2020년 2월부터 연체가 시작된 개인 무담보대출이다.

공동매각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 6월 공동매각 참여사를 모집할 때만 해도 여신협회는 매각규모를 3000억~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현재는 대형사가 모두 빠지면서 매각규모가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KB·신한·우리금융·롯데·메리츠캐피탈 등 주요 캐피탈사와 국내 8개 카드사는 공동매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사가 빠진 이유는 공동매각을 통한 실익이 크지 않아서다. 현재 금융사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 5개 NPL투자사(우리금융F&I·하나F&I·대신F&I·키움F&I·유암코)에만 개인 무담보대출을 매각할 수 있다. NPL투자사에 채권을 매각하면 캠코에 팔 때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대형사 입장에서 유리한 가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매각 참여사를 모집할 당시 금융사에 제시된 매각가는 원금의 8~9%였다. 현재는 개인 무담보대출 매각처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규제가 풀린 뒤 시장에 채권을 내다 팔면 원금의 14~15%를 건질 수 있다. 매각가가 높지 않다 보니 건전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대형사는 공동매각에서 손을 뗐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개인 무담보대출 매각이 허용된 곳이 제한적이라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캠코에 파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준"이라며 "저축은행만큼 상황이 어렵지 않아 NPL을 일단 들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동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NPL투자사는 1000억원 이상 규모로만 채권을 사들인다. 앞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2차례에 걸쳐 공동매각을 실시한 저축은행업계도 NPL을 1000억원 이상 규모로 모았다.

공동매각이 엎어지면 중소형 캐피탈사의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 애초 공동매각 수요도 대형사보다는 어려운 중소형 캐피탈사 쪽에 더 많았다. 중소형 캐피탈사 중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올해 6월 말 30~50%까지 오른 곳도 있다. 중소형 캐피탈사는 채권규모가 작아 협상력도 떨어진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매각규모가 작아서 사들이는 곳이 없으면 무산되겠지만 일단 오는 9월 중 공동매각을 목표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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