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으로 남아 HPV백신 국가예방접종 시행해야"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4.08.19 15:28

김수연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인터뷰
"HPV가 난임 유발…미래세대 암 예방 위해 남녀에 HPV 백신 접종 지원 필요"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사진= 박미주 기자
"저출산 문제 해결과 미래세대를 위해 남녀 모두가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국가예방접종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성매개감염예방 보건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49)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여성 청소년에만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원하는 4가 HPV 백신을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 예방이 가능한 9가 HPV 백신으로 바꾸고 남성 청소년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HPV가 난임과 관련 있는 만큼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라도 남성 청소년의 HPV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난임 남성들을 봤더니 HPV 감염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정자의 질과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왔다"며 "HPV에 감염된 커플의 경우 임신 기회나 유산 위험이 높고 여성도 감염됐을 때 가임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151명의 난임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HPV 백신 접종 그룹과 비접종 그룹으로 70명씩 나눠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 그룹은 70명 중 30명이 임신했고 29명이 출산한 반면 미접종 그룹에서는 11명이 임신하고 4명만 출산했으나 7명은 유산했다"고 부연했다.

사진= 박미주 기자
구인두암 발병이 증가세인데 미래세대의 암 발병과 사망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남녀 HPV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암 5%가 HPV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 불임 등을 유발한다. 자궁경부암의 90%와 항문생식기암·구인두암의 70%가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에선 여성 구인두암 환자가 자궁경부암 환자 수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구인두암 환자가 늘었다.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입술과 구강·인두암 환자 수는 2000년 2207명에서 2010년 2829명, 2020년 406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남성 두경부암의 일종인 편도선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약 3배 늘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 HPV 관련 질환인 남성 생식기 사마귀 내원 환자 수는 2010년 2만명에서 2019년 6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며 "HPV가 남녀 간 성관계로 감염될 수 있어 남녀 모두 예방이 중요하다. HPV 백신은 유일하게 암을 예방하는 백신이라 당연히 남녀 청소년이 무료로 맞을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남녀 모두에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호주는 2013년 남녀 모두에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기 시작해 남녀 접종률이 80% 이상이고 그덕에 HPV 관련 질환의 남성 유병률이 2배 이상 감소했다"며 "영국과 캐나다는 2018년 성평등 관점에서 남녀 모두 접종을 도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HPV 백신을 남녀 모두 접종하는 국가에서 공중 보건의 긍정적인 효과와 접종을 지원하지 않은 국가에서 부정적 영향들이 여러 논문을 통해 보여지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남녀 모두 접종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8개국 중 90%에 해당하는 33개국이 HPV 백신의 남녀 모두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5개 국가 중 튀르키예와 일본은 여성에만 9가 HPV 백신으로 국가가 지원하며 한국은 멕시코, 코스타리카와 함께 2·4가 HPV 백신만 여성 청소년에 지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HPV 백신의 남아 무료 접종을 공약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짓밟고 헤어드라이기 학대…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의붓아들 [뉴스속오늘]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
  4. 4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5. 5 '학폭 피해' 곽튜브, 이나은 옹호 발언 논란…"깊이 생각 못해" 결국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