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디즈니의 PC라는 독사과를 베어물을까

머니투데이 영림(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8.19 09:20
'사진=백설공주' 예고편 영상 캡처


디즈니 라이브 액션 ‘백설공주’의 티저 예고편과 포스터가 공개된 가운데 다시 캐스팅의 적절성 논란과 함께 디즈니 내에 PC(정치적 올바름)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는 ‘백설공주’의 실사화를 발표하고 그 주인공으로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를 낙점했다. 이후 최근 이 작품의 티저 예고편과 포스터 등이 공개되면서 팬들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특히,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 않고 스스로 리더가 되고자 하는 백설공주”라는 레이첼 지글러의 귀띔이나 영화 ‘바비’의 그레타 거윅이 각본을 맡은 점 등은 우리가 아는 백설공주와는 전혀 다른 전개가 될 것을 예상하게 한다.


디즈니의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흑인 인어공주’부터 ‘버즈 라이트이어’에 첨가한 동성애 요소, 마블의 ‘쉬헐크’까지. 디즈니의 PC정책은 관객과 평단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작품에 집요하게 포함됐다.


이런 PC 정책이 극에 달한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였다. 이 작품은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주인공 에리얼로 내세우고, 에릭 왕자 역과 에리얼의 아버지인 트라이튼 왕 역에는 백인 남자 배우를 캐스팅해 모순적인 행태의 끝을 보여줬다.


이처럼 캐스팅에서부터 적절성 논란이 일자 관객과 제작진 간의 기싸움이 일었다. 제작진은 할리 베일리 캐스팅에 반대하는 관객들을 모조리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았고, 관객들은 자연히 ‘인어공주’라는 작품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인어공주’는 2억 5000천만 달러 (약 3,224억 원)의 제작비, 약 5000만 달러 (약 650억 원)의 마케팅 및 기타 비용을 쏟아붓고도 극장 수입으로는 손익 분기점 달성에 실패했다. 부가수익으로 적자는 간신히 면했다. '인어공주'라는 슈퍼 IP의 명성에 한참 모자란 성적이다. .


사진='백설공주' 예고편 영상 캡처


이런 가운데 레이첼 지글러의 ‘백설공주’도 ‘인어공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인어공주’의 실패를 교훈 삼아 훨씬 나은 작품을 만들었다면 또 모르지만, PC정책으로 인해 원작 곳곳이 훼손되어 있다면 ‘인어공주’보다 더 큰 쓴 맛을 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미 전 세계에 공개된 ‘백설공주’ 예고 영상 댓글에는 ‘조롱’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흑인 및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실사화 영화는 모두 비판받아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모아나’의 실사화 주인공이 아울리이 크러발리오와 드웨인 존슨인 것처럼, ‘블랙팬서’의 주연이 채드윅 보즈먼인 것이 당연한 것처럼.



디즈니의 사례로 좁혀도 흑인 및 유색인종이 주인공이라서 관객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알라딘’ 실사화를 보자. 이 작품에는 이집트계 캐나다인 배우 메나 마수드가 캐스팅 되었고, 램프의 요정 지니는 윌 스미스가 연기했다. 그럼에도 캐스팅 논란이나 원작 훼손 논란이 일었던 적이 없다. 흥행 면에서도 큰 수익을 거둬 성공적인 실사화 사례로 꼽힌다.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봐도 레이첼 지글러나 할리 베일리가 공주를 연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디즈니의 이런 캐스팅 자체에 오만한 의도가 읽히기 때문이다.


바로 관객의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숨어있다. 디즈니는 캐스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들과 영화의 아쉬운 흥행 성적을 모두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관객들’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백설공주' 예고편 영상 캡처


영화가 대중을 상대로 돈을 받기 시작하고 ‘영화 산업’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래 영화는 단 한번도 대중의 기호에 맞추지 않았던 적이 없다. 에어리언이 잘되면 에어리언과 프레데터를 맞대결시키거나, ‘주온’ 시리즈의 카야코와 ‘링’ 시리즈의 사다코가 한 작품에 나오는 황당한 경우 모두 대중의 기호에 맞춘 결과다.


그러나 디즈니의 PC정책은 영화 산업이 생긴 후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오만함의 발로다. 스스로 선지자를 자처하고 나서 일방적인 메시지로 관객들을 계몽하고자 한다. 새로운 작품에 이런 메시지를 첨가했다면 이렇게까지 욕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아직까지 받고 있는 고전 애니메이션의 정체성을 구닥따리라며 부인하고 훼손하기 때문에 더욱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윤을 추구한다는 기업으로 디즈니를 바라봐도 이해하기 힘든 뚝심의 PC 정책으로 손해를 감수한다. ‘이 작품 하나쯤 망해도 우리는 건재하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현재는 반발을 사도 시간이 지나면 먹혀들 것이라는 장기적인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디즈니의 속내를 관객들은 알고 있다. 어느 업계에서나 소비자는 ‘귀신’이다. 모를 것 같지만, 알고도 참아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디즈니의 소비자들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왔다. 이런 면에서 생각하면 ‘인어공주’의 아쉬운 흥행 성적은 그 인내심이 한계를 넘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번엔 ‘백설공주’로 다시 한번 전 세계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 정도의 도발이라면 아마 왕비의 마법 거울도 열 받아서 스스로 깨져버리는 걸 선택할 게 분명하다. 수많은 관객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추억을 깨뜨리며 전세계 관객들을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선지자' 디즈니의 혁신적인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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