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도둑맞고도 말 못 했는데…한국인 지킨 '치안 국가대표'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 2024.08.19 05:00

[인터뷰] 2024 파리올림픽 '한-불 안전지원팀' 최기훈 경위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최기훈 경위(38)가 프랑스 파리 사크뢰쾨르 성당 옆 경찰 상황 본부(CP)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기훈 경위 제공

"대한민국 경찰도 치안에서 '금메달'을 따야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최기훈 경위(38)는 지난 16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역대 최고 수준 성과를 내고 귀국했다. 최 경위도 지난달 14일부터 약 한 달간 '한-불 안전지원팀'(안전지원팀) 파견 임무를 마치고 대한민국 선수단과 함께 돌아왔다.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치안 유지를 위해 각국 정부에 경찰관 파견을 요청했다. 총 44개국에서 1800여명의 경찰관이 파리에 모였다. 최 경위는 2024 파리올림픽에 '한국 경찰 대표'로 참여했다. 최 경위는 인천 아시안게임, 평창 동계올림픽, 강원 청소년 동계올림픽 등 한국에서 열린 국제 행사 치안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31명의 경찰관을 파견했다. 한국 경찰 대표로 참여하는 만큼 꼼꼼한 선발 절차를 거쳤다.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전국 경찰관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 전형과 영어·불어 등 어학 면접, 집단면접, 최종면접을 실시해 파견단을 꾸렸다.

최 경위는 파리 북쪽에 위치한 18구에 배치돼 타국 경찰관들과 치안 활동을 담당했다. 파리 18구는 몽마르트르 언덕 인근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인 동시에 소매치기나 강도 등 범죄가 자주 발생해 우범 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는 파리의 특성상 대테러 업무도 함께 수행했다.

오른쪽 소매에 태극기가 새겨진 한국 경찰 근무복을 입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속 경찰관들과 조를 나눠 도보 순찰하는 것이 일과였다. 사흘 간격으로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을 내리 근무했다. 하루 최소 2만보 이상을 걸었다. 좁은 골목이 많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로 이뤄진 파리 거리의 특성 때문에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걸으며 순찰해야 했다.

대한민국,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경찰 합동 순찰팀 근무 교대 모습./사진=최기훈 경위 제공

안전지원팀은 낯선 장소에 두려움을 느끼던 한국인 관광객과 고국의 향수를 그리워하던 교민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파견 후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최 경위는 동료 한국 경찰과 근무를 위해 출근 중이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홀로 당황한 채 서 있었다.


최 경위와 동료 경찰관이 한국 경찰 근무복을 입고 나오자 여성은 곧장 최 경위를 향해 뛰어왔다. 해당 여성은 홀로 파리에 여행하러 온 한국인 관광객으로 고가의 카메라를 도난당한 상태였다. 현지 경찰에 사건 접수하려 했지만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최 경위와 동료들은 여성을 몽마르트르 언덕 인근에 마련된 경찰 상황 본부로 안내한 뒤 사건 접수를 도왔다. 사건 처리 후에는 안전히 귀가할 수 있도록 동행했다. 최 경위를 포함한 우리 경찰은 올림픽 기간 한국 국민 관련 사건 6건 등 총 368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최 경위는 파리에서 한국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었던 점을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꼽았다. 최 경위는 "한국 교민분들이 다가와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한국 경찰이 여기 있는 것을 보니 한국인들이 정말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며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처럼 한국 경찰도 치안에 있어서 제일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파리 패럴림픽 지원을 위해 오는 19일 올림픽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17명을 제외한 14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불심검문시 외부 피습에 대비 중인 최기훈 경위./사진=최기훈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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