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 침공하면서 이 회담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러시아 대표단이 이를 두고 '긴장 고조'라고 표현하며 "우크라이나가 국경 침공에 대해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다만 "러시아가 회담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의 입장에도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를 원했으나 카타르는 우크라이나와만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되지 않는다고 보고 회담 진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한 WP의 질문에 "도하 회담이 중동 상황으로 인해 연기됐다"면서도 오는 22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미국 백악관은 WP의 논평 요청을 거부한 상태다.
WP는 "협상에 참여하려는 의지는 양국이 어느 정도 변화한다는 신호였다"며 "협상에 관여한 이들은 종전을 향한 보다 포괄적인 합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짚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침공·병합한 크름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땅에서 모든 병력을 먼저 철수할 경우에만 완전한 휴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일부로 선언한 영토 중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지 않은 일부를 포함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자국에 할양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한다.
우크라이나가 이날까지 13일째 러시아 본토 지역 공격에 나선 가운데, 특히 이날 오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 도로에 대한 드론 공격이 발생하면서 IAEA가 조사에 나섰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핵 안전 및 보안에 대한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원전 보호를 위해 수립된 5대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선 지난 11일 냉각탑 한 곳에 공격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양측은 상대방을 공격 주체로 지목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 원자력 발전소 공격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면 러시아는 즉각 강력한 군사 보복 및 기술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에 글을 올려 "러시아의 미친 선동이 또 급증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행동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향해 장거리 무기 사용을 해제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세 나라는 사거리 250km 이상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으나 본토 공격 용도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군의 장거리 능력은 가장 중요하고 이 전쟁의 가장 전략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며 "우리는 외교적 활동을 강화해 파트너들을 향해 과감한 조치, 과감한 결단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진로를 바꾸어 정의로운 평화로, 진정한 결론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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