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과충전 보다 셀 결함…지하주차 금지 마녀사냥 느낌"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 2024.08.18 14:37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 뉴스1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성균에너지과학기술원 차세대배터리 연구소장)가 지난 16일 국내 언론과 만나 전기차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전기차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보단 셀 자체 성능 결함과 차량 관리 시스템 오류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더 큰 만큼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2026년부터 성균관대가 삼성SDI와 함께 설립하는 배터리공학과를 이끌게 될 배터리 전문가다.

윤 교수는 최근 전기차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100% 충전의 위험성을 묻는 말에 "충전량과 화재가 관련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경우 양극의 전체 용량은 g당 275mAh 수준이지만 100%로 규정하고 있는 양은 200~210mAh 정도에 불과하다. 즉 안전까지 고려한 배터리 수명을 100%로 표현할 뿐 실제 배터리 용량은 더 크다는 의미다.

그는 "배터리 전체 용량만큼 충전하면 당연히 위험하고 이를 과충전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과충전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방법으로 이미 차단이 돼 있다"며 "셀 제조사에서도 자체적인 과충전 방지 기술을 가지고 있고 자동차 회사에서도 소프트웨어적으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등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는 결국 충전량 때문이 아니라 셀 내부 결함이나 그 결함을 컨트롤할 수 있는 BMS에 결함이 있을 때 발생한다"며 "최근 일어난 벤츠 화재 원인 역시 셀의 내부 결함을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 뉴스1
윤 교수는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는 자동차 엔진만큼 굉장히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제조사뿐만 아니라 셀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화학 요소, 성분 등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배터리 성능을 판단할 때 △에너지 밀도 △파워 △가격 △제품 수명 △안전 등을 고려하는데, 이를 골고루 잘 갖춘 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배터리 3사"라며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경쟁 셀 회사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배터리 특성상 셀의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만큼 누적된 셀의 결함을 관리할 수 있는 BM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순간 갑자기 불이 나는 게 아니라 서서히 결함이 누적되고, 이를 알 수 있는 신호가 있었을 것이므로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E-GMP라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더 진보된 기술을 적용한 경우가 3년 정도 됐다"며 "그 사이에 비충돌로 인한 화재가 한 건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만큼 관리가 굉장히 잘 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선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약간 마녀사냥의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 당장 불안하니까 그런 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지만 이를 법제화하거나 규정화할 때는 인과 관계를 확인해 봐야 하므로 좀 더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게 토의하고 검증한 다음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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