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우리는 '전투민족'

머니투데이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 2024.08.19 02:03
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파리올림픽이 재미있었다. 파리 전체를 운동장으로 열어버린 콘셉트도 재미있었고 우리 선수들의 경기도 재미있었다. 선수단은 작았지만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처럼 국가를 대표한다는 부담을 벗고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젊은 선수들의 모습이 멋졌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은 '역시 우린 전투민족'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무기만 잡으면 날아다녔다. 심지어 태권도, 유도 같은 격투기에도 능했다. 역시 우린 전투민족이었다.

올림픽 경기장이 아닌 일상에서도 우린 전투민족, 아니 전투국민이다. 성인 남성 대부분은 군복무 중이거나 군필이다. 25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급 예비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쟁에서 현역은 적의 공격을 막아 시간을 끄는 일을 하고 결국 전쟁은 대규모 예비군을 동원해 치른다. 동원된 250만 예비군이 승패를 결정한다.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역 거리, 또는 부산 서면거리에서 사람을 모으면 탱크 한두 대는 거뜬히 몰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평범한 아저씨일지 몰라도 몸은 아직 탱크병이고 포병이고 소총수다. 슬픈 일이지만 분단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독립 때문이다. 한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한 나라가 제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안보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된 아이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고 독립된 나라는 전쟁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도 어쨌든 한국전쟁을 통해 독립의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고 살아남으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됐고 산업국민이자 전투국민이 됐다. 앞으로는 산업국민, 전투국민으로서 더욱 힘을 키워나가면서 주변 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도 만들어가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베풀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투국민으로서 이제 무엇이 더 필요한가.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국민이 책임지고 나라를 지킨다. 즉 민주주의는 국민이 전사가 되기를 요구한다. 국민전사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집총의 권리'를 이야기하는데 집총, 즉 총을 드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외적의 침략, 그리고 내부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집총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 스위스, 핀란드 등 많은 선진 민주국가는 국민의 집총과 민병대를 이야기한다. 민주주의의 필수요소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는 오랜 의병의 전통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민병대다. 임진왜란만 보더라도 일본군은 정규군으로만 싸우지만 우린 의병이 있었다. 평소에는 평범한 시민인데 위기시에는 전사가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핀란드가 평소 국민들의 사격훈련을 돕기 위해 전국에 1000개나 되는 사격훈련장을 짓겠다고 한다. 우리도 동네마다 남녀노소 모두 참가할 수 있는 사격클럽, 양궁클럽을 만들어 군사훈련과 스포츠를 겸한 활동을 장려하면 어떨까. 이번 올림픽을 보니 한국 여성들에게도 전투민족의 DNA가 면면히 흐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건강을 위해서, 국방을 위해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사격클럽, 양궁클럽을 동네마다 만들자.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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