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빠도 과감한 투자…배터리 3사, 인재 '충전' 열 올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 2024.08.18 07:30
배터리 3사 임직원 현황/그래픽=윤선정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위축) 탓에 상반기 실적이 주춤했음에도 인력을 늘렸다. 단기적 인건비 절감 대신 연구개발(R&D) 등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서 캐즘 극복 이후 국면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에 비해 인력을 늘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말 1만1793명에서 올해 같은 시점 1만2511명으로 직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SDI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1만138명에서 1만734명으로, SK온은 3310명에서 3558명으로 각각 임직원이 증가했다.

연구개발 비용도 늘리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R&D 투자액은 전년 동기 1조2190억원에서 1400억원 증가한 1조3617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삼성SDI가 지난해 상반기(5822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6932억원을 R&D에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R&D 비용을 4707억원에서 5199억원으로 늘렸다. SK온만 1661억원에서 소폭 감소한 1484억원을 지출했다.

전기차 수요가 줄며 상반기 배터리 업계 실적이 둔화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다. 삼성SDI는 전지 사업 부문에서 같은 기간 46% 감소한 208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온은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 11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배터리는 전통 산업군과 달리 관련 전공자가 두텁지 않아 인력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0년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추산한 배터리 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13.3%다. 이는 당시 차세대반도체·신금속·차세대세라믹·첨단화학·하이테크섬유 등 5대 신산업의 평균 인력 부족률 2.5%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또 당시 협회는 석·박사급 연구 설계인력은 1000명 이상, 학사급 공정 인력은 2000명 가까이 부족한 것으로 봤다.

배터리 3사는 캐즘 이후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우수 인재 선점에 나섰다. 삼성SDI는 이달 초 미국에서 석·박사급 인재를 초청하는 '테크 & 커리어 포럼'을 열었다. 테크 & 커리어 포럼은 이달 국내에서, 오는 10월에는 유럽에서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5월 미국에서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 행사 'BTC'(Battery Tech Conference)를 개최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3사는 국내 대학과 배터리공학과 신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즘은 단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투자나 인력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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