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티메프 사태의 본질과 해결책

머니투데이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 교수 | 2024.08.20 04:30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 교수
최근 큐텐, 티몬, 위메프가 일으킨 피해가 판매사업자, 소비자, 플랫폼사, 카드사, PG사, 상품권 발행사 등 복잡하게 엮인 이커머스산업 곳곳에 퍼지고 있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사기·횡령혐의를 수사 중이며 정치권과 정부는 각자의 진단을 바탕으로 방지대책 수립과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에스크로 도입 의무화, 운영자금과 판매자금 분리, 입점 판매자 거래대금 정산주기 단축 의무화 등의 방지대책을 세운다. 반면 이번 사태를 플랫폼의 갑질과 책임부재로 진단하는 쪽에선 플랫폼에 연대책임을 부과하거나 플랫폼 입점 사업자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기업금융 재무관리 사기다. 부실경영과 경영실패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 문제다. 배임 등 일탈행위에 대해 근거법령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조직을 떼어내 큐텐에 통합했고 위메프의 상품권사업도 티몬으로 이관해 큐텐의 재무부서 관리하에 뒀다. 두 회사에 영업조직만 남겨놓으면서 큐텐이 판매대금을 전용할 수 있게 했다.

검찰은 큐텐이 위시 인수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 판매대금을 쓴 것은 횡령혐의, 판매대금을 판매자들에게 정산하지 않은 것은 사기혐의라고 판단한다. 이번 사태는 큐텐에 대한 감독실패인데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은 감독이 애당초 어려웠을 것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위시, AK몰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게 정산이라는 뇌관을 터뜨려버린 것이다.


정부는 신속히 정산지연 피해업체를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 유동성 지원프로그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피해업체들의 경영 안정화를 돕고 있다. 조속히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탈 경영자와 관계자는 엄중히 처벌하며 정교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부실경영을 핀테크나 플랫폼의 문제로 보고 산업적 규제로 확대하는 건 전혀 엉뚱하며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커머스 생태계는 판매사업자, 소비자, 각종 플랫폼사와 금융업, 유통업, 여행업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이 매일 연결되고, 거래하고, 경쟁하면서 정교하게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기민한 플랫폼들은 이미 데이터와 기술에 기반해 짧은 정산주기로 건전성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의 선택을 받는 우위를 가져가고 있다.

이렇듯 데이터에 기반한 금융플랫폼과 핀테크 등을 통해 혁신 지향적으로 산업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일괄적인 규제는 도리어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규제부담이 커진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또 섣부른 규제는 관리가 어려운 해외 플랫폼에 오히려 기회를 주고 결국 현재와 같은 사태가 더 큰 규모로 재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때문에 재무관리적 관점에서 정교한 제도정비가 요구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해결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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