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 조정석 vs ‘비극’ 조정석...결국 조정석이 이겼다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8.16 11:25

올여름 흥행대전 최종 승자! "지금은 조정석 시대"

사진=잼엔터테인먼트


"5:5로 나누자" 강해상(손석구 분)이 제안했다. "누가 5야?" 마석도(마동석 분)가 답했다.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2’ 속 명장면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절묘하게 비틀어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조정석과 조정석이 싸웠다. 누가 이겼을까? 결국 조정석이다. 그럼 나머지 조정석은 졌을까?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충분히 의미있는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올 여름 극장가는 ‘조정석 vs 비(非) 조정석’ 구도라 할 만하다. 지난 7월31일 영화 ‘파일럿’으로 포문을 열었다.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어 15일까지 누적 관객 350만 명을 동원했다. 올 여름, 극장가의 승자 임은 자명하다.


그리고 2주의 격차를 두고 8월14일 또 다른 주연작 ‘행복의 나라’가 개봉됐다. 이 날 함께 상영을 시작한 ‘에이리언:로물루스’가 깜짝 박스오피스 1위(9만5354명)를 기록하며 전날까지 정상을 지키던 ‘파일럿’(8만5503명)을 한 단계 끌어내렸다. ‘행복의 나라’(7만8401명)는 3위로 출발선을 끊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15일 광복절은 의미있는 국경일인 동시에 ‘빨간 날’이다.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극장도 깜짝 흥행을 노려볼 수 있다.


'파일럿' 조정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 날 ‘파일럿’은 다시 1위로 치고 올라왔다. 20만여 명을 동원하며 하루 전보다 2배가 넘는 관객을 단숨에 모았다. ‘에이리언:로물루스’는 2위(15만9908명)로 내려왔고, ‘행복의 나라’(13만4064명)는 3위를 유지했다.


조정석은 두 편의 영화로 이미 여름 시장 누적 관객 370만 명을 모았다. 현재 추이라면 ‘파일럿’은 더위가 가실 때까지 일정 수준의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행복의 나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관객수를 늘려가는 모양새다.



조정석은 충무로의 새로운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팬데믹 직전 개봉했던 영화 ‘엑시트’로는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여름 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조정석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고착된 이미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코미디를 무기로 삼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코미디는 ‘양 날의 칼’과 같은 장르다. 단기간에 대중의 관심을 끌고 호감을 쌓는데 더없이 좋은 도구다. 하지만 특정 배우에게 코믹한 이미지가 덧씌워진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다. 향후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충무로의 흐름을 봐도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들이 항상 있었다. ‘선생 김봉두’·‘광복절 특사’ 등으로 주목받았던 차승원, ‘엽기적인 그녀’·‘과속 스캔들’의 차태현, ‘써니’·‘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비트’·‘1번가의 기적’의 임창정 등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의 성공 이후 대다수가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성공한 코믹 캐릭터가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기 때문에 배역의 폭이 줄어들었다. 장점을 살려 코미디 영화를 선보이면 ‘자기 복제’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시원한 웃음을 안겼던 고마운 배우들에 대한 가혹한 평가다.


'행복의 나라' 조정석, 사진=NEW


조정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엑시트’와 ‘파일럿’ 이전에도 ‘나의 사랑 나의 신부’·‘형’ 등에서 웃음을 강조했다. 사극인 ‘관상’에서도 그는 코믹한 장면을 도맡았다. 따지고 보면 조정석을 스타덤에 올린 작품은 ‘건축학개론’이다. 여기서 키스를 온 몸으로 표현한 납득이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이게 벌써 12년 전이다. 또한 드라마에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질투의 화신’ 등에서 웃음기 강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하지만 조정석을 ‘코믹 배우’로 보는 인식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코미디도 잘 하는 배우’로 불린다. 이는 결국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일군 성과다. 그는 희극과 비극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깜냥을 갖추고 있다. ‘파일럿’의 반대 지점에 서 있는 ‘행복의 나라’가 그렇다. 그는 극 중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군인 박태주의 변호를 맡는 정인후 역을 맡았다. 엄혹한 시대 안에서 서슬퍼런 군부 독재 권력에 맞서려는 결연한 모습을 온 몸으로 웅변했다. ‘파일럿’의 한정우와는 한 터럭도 겹치지 않는다. 어제 ‘파일럿’을 봤던 관객들도 오늘 이질감이 없이 ‘행복의 나라’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조정석은 오는 8월 30일 넷플릭스 ‘신인가수 조정석’을 공개한다. "음악에 진심"이라는 20년차 배우 조정석이 신인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았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창력에도 일가견이 있는 조정석이 그야말로 ‘각잡고’ 노래하는 예능이다. 이처럼 조정석은 쓰임이 많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기 사용법’을 잘 알고 있다. 2024년 8월 현재, 연예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대중은 ‘조정석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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