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휘청휘청'…반도체 덮친 인력난, 삼성·하이닉스 해법은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4.08.15 16:05
/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고민이 깊어진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주요 시장의 인력 공급이 부족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업계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2030년까지 주요국 반도체 산업에서 최소 30만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설계), 패키징(후공정) 등 분야에서 2031년까지 약 5만 5000여명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해외 팹(생산시설)의 인력 수요를 포함하면 부족 규모는 더 커진다.

경고신호는 곳곳에서 나온다. 주요 기업들은 최근 AI(인공지능)용 고부가 칩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지만, 메모리·파운드리(위탁 생산), 팹리스 등 전 분야의 인력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다. 수도권의 한 반도체 팹 관계자는 "올해 투자를 늘리고 설계나 생산 공정 검증, 연구개발 등 다양한 직무의 경력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지원자 수 자체가 목표치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인력난의 주된 원인은 글로벌 경쟁 심화다. 주요국이 반도체 부문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증가했으나, 인력 공급은 한정돼 있어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관련 학과 기피 현상, 낮은 보수로 인한 숙련 인력의 이탈 등이 더해지면서 필수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팹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생산시설의 인력 확보도 숙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에 60조원을 투입해 공장 2곳과 첨단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5조 3400억원을 투자해 패키징 생산기지를 만든다. 예상 인력 수요가 수만명에 이르는데다 미국의 반도체 인력 부족을 감안하면 적기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주된 시각이다.


미국 팹의 가동 지연에 시달리는 파운드리 1위 TSMC의 상황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6000여명이 넘는 인력이 필요한 애리조나 공장은 아직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팹의 인건비 지출을 대폭 늘렸지만, 여전히 적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숙련 인력의 기피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경력직 채용과 인력 투자 규모를 확충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일부터 국내 주요 대학에서 '테크데이'를 열고, 사장이 직접 참석해 대학원생 채용에 나선다.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업부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800여개 이상의 직무에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린다는 내부 방침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까다로운 이민을 완화해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일본은 주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대만 등 국가를 직접 방문해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라며 "우리 기업도 채용 범위를 넓히고 전문 인력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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