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만큼 돈 내라는데 요지부동…'망사용료' 이번엔 받아낼까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성시호 기자 | 2024.08.15 08:00

[MT리포트] 2년만의 망 무임승차 금지법(下)

편집자주 | 2년 만에 '망무임승차금지법'이 발의됐다. AI(인공지능) 확산으로 트래픽이 급증했지만 이를 소화하기 위한 네트워크는 늘지 않은 상황이다. AI기술의 발달은 네트워크 인프라의 확충이 전제돼야 하는데 망사업자에 네트워크 투자를 늘릴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증설·유지보수 비용의 합리적 분담방안을 논의한다.



당국의 정책적 지원…오랜 분쟁 끝, '오렌지'의 승리 이끌다


인터뷰 호망 보넌펑(Romain Bonenfant) 프랑스 통신연맹 회장

호망 보넌펑(Romain Bonenfant) 프랑스 통신연맹 회장
"통신사업자와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 사이의 협상력 불균형을 고려할 때 망사용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자들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같은 경제적 체계를 상업적인 협정만으론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호망 보넌펑 프랑스통신연맹 회장(사진)은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간 망사용료 분쟁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국내에서 망설치 및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ISP와 CP의 갈등은 점차 격화하는 모습이다. 망사용 비중이 높은 CP로부터 적정 사용료를 받아내야 ISP가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일부 CP가 이같은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다. 대표적인 곳이 유튜브를 운영하며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약 29%를 차지하면서도 망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 구글이다.

보넌펑 회장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분쟁사례를 들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프랑스에서는 CP의 트래픽을 각국 ISP로 중계하는 글로벌 IBP(인터넷백본프로바이더)사업자 코젠트와 프랑스 최대 이동통신사 오렌지텔레콤의 분쟁이 있었다. 코젠트를 통한 데이터 유입이 당초 무상약정한 규모를 크게 넘어서면서 망 용량증설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다툰 것이다. 이 분쟁에서 오렌지텔레콤은 코젠트에 망사용료를 청구할 자격이 있다는 최종 판결을 2015년 받아냈다.

이 사례는 ISP와 대형 CP의 분쟁에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당초 오렌지텔레콤-코젠트는 1대2.5 비율 범위에서 데이터 트래픽에 대해선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약정이 있었다. 오렌지텔레콤 망을 통해 프랑스에서 밖으로 나가는 트래픽 대비 프랑스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2.5배를 넘지 않으면 무상으로 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후 이 비율이 1대13까지 상승하면서 오렌지텔레콤이 코젠트에 망 용량증설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고 코젠트는 거부했다. 이에 프랑스 당국이 오렌지텔레콤 측 손을 들어주며 분쟁을 해결했다.

보넌펑 회장은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용 5G(세대)기술 등 디지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구축·보수에 대한 투자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제공사들이 생성하는 트래픽을 흡수하기 위해 네트워크 용량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면서 "실제 프랑스 통신사업자들은 과거 10년간 1150억유로(약 171조원)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참여자들이 모두 네트워크 비용조달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쟁이 생겨야 요금이 낮아져 사용자들이 얻는 이점이 커진다. 특히 초고속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필요한 작업도 해당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넌펑 회장은 디지털 인프라 투자의 지속가능성은 단일국가 또는 단일주체의 행동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망사용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또는 적어도 대륙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정 CP가 한 국가와의 망사용료 협상이 결렬됐을 때 인접국가로 트래픽을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 나라만의 노력으론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쓴만큼 돈 내라…입법 논의, 다시 불 지핀다




망 사용료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그래픽=이지혜
망사용료를 둘러싼 입법논의가 22대 국회 법안 재발의를 기점으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관계부처들도 국내 플랫폼 역차별을 의식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입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망사용료 관련 최신 법안은 지난 8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 발의한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다. 관계부처와 정치권에선 통상 이같은 발의에 '망사용료법안' '망 무임승차 방지법안'이란 별칭을 붙였다.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안'은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 사이의 망이용계약을 규율한다. 한쪽이 부당하게 망이용계약을 지연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네이버·카카오·메타·디즈니 등 포털·SNS(소셜미디어)·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내외 CP 대다수가 이미 ISP와 망이용계약을 한 반면 구글·넷플릭스의 계약은 부진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의원의 법안은 규제대상인 CP를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전체 트래픽(접속) 발생량의 1% 이상 점유한 사업자로 한정했다. 구글·넷플릭스·메타·네이버(NAVER카카오가 대상이다.

21대 국회에선 2020~2022년 전혜숙·김영식·김상희·이원욱·양정숙·박성중·윤영찬(발의 순) 당시 의원들이 망사용료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7건은 각각 내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CP와 ISP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도록 직간접적 의무를 부과하고 일부는 관계부처가 각 사업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 개정 논의가 더뎠던 원인으로는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등이 꼽힌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법안발의를 촉발한 사건이 소송 중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소송은 지난해 9월 항소심 도중 전격 화해한 두 회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결론 없이 종결됐고, 곧이어 국회가 총선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

여야가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한 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는 확답을 아끼면서도 제도의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서면답변으로 망사용료 법안들에 대해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터넷망 사용·제공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직무정지) 역시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해외 OTT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글·넷플릭스의 본사 소재국인 미국 측 견제는 걸림돌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들을 거론하며 "미국 CP가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한국 ISP가 CP를 겸한다는 이유에서다. USTR은 이 같은 내용을 3년 연속으로 보고서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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