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바로 밑에 2년차, 수사가 되겠습니까"[박다영의 검찰聽]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 2024.08.15 06:00

편집자주 |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부장 바로 아래에 2년차 한 명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되겠습니까. 조직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 아니겠습니까. "

서울 일선 검찰청에 근무하는 A부장검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 한문혁 부장검사와 소위 '작초'(작년초임)로 불리는 2년차 검사 한명이 배치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동부지검에서 조세·금융범죄를 전담하는 형사5부에는 검사직무대리(수사관)가 1명 있지만 수사지원 역할에 그칠 뿐이기 때문에 수사는 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이 해야 한다.

A부장검사는 "소도시도 아니고 서울 내 검찰청에서 평검사 인력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아래로는 보통 부부장검사나 숙련된 중견 검사가 있다. 부장검사의 지시에 따라 후배 검사들을 아우르고 업무와 관련한 세세한 사항을 알려주고 챙기는 것이 이들 '허리'의 역할이다.

부서별로 검사 정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부서당 부장검사 아래로 검사 4~5명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부장검사를 제외하고 검사 4명이 근무했지만 사직, 휴직 등으로 '허리'가 비었다.

인력난이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청 사이버범죄수사부에도 심형석 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뿐이다.


또다른 검찰관계자 B씨는 "평검사 2명을 데리고 일하는 부장이 지금 재경지검에 여럿 있을 것"이라며 "올해 들어 평검사 사직이 50~60명에 육박한다는 말이 들린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평검사들의 빈자리가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권이 검찰 개혁을 내세워 검찰청 폐지를 주장하면서 검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평검사들이 대거 사직 행렬에 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탄핵 위기에 몰린 것을 보면서 언제든 일선 검사들이 정치권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B씨는 "검사는 사명감과 정의감 없이 버틸 수 없는 자리인데 최근에는 정치권의 공세로 검사 개인이 공격당하는 데다가 조직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며 "평검사 개인으로는 버틸 이유가 없게 된 것이어서 앞으로 검찰이 이런 부분을 고민하지 않으면 외부 개혁이 아니라 내부 인력 문제로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장검사는 거친 뒤 검사복을 벗었던 과거와 달리 평검사 때 일찌감치 로펌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전에는 대형 로펌에서 부장검사 이상급에 스카웃 제의를 했지만 이제 웬만한 규모의 로펌은 부장급 자리가 다 찼다"며 "로펌에서 검찰 출신으로 원하는 사람은 실무를 맡을 평검사인 경우가 많아서 연차가 높아지기 전에 퇴사하는 평검사들이 늘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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