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 울음소리 들려"…일본 731부대원, 사죄하러 중국으로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24.08.13 20:29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잔인한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일본의 731부대 전 부대원 시미즈 히데오(94)가 중국 하얼빈을 찾았다. /신화=뉴시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잔인한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일본의 731부대 전 부대원이 중국 하얼빈을 찾아 79년 만에 사죄했다.

1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731부대 소년병 출신 시미즈 히데오(94)는 전날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시를 찾았다.

시미즈는 이날 오전 731부대 본부 유적지와 전시관 등을 둘러보며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벌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731부대의 표본 진열실에서 해부한 인간 신체를 통째로 넣은 포르말린 병을 여럿 목격했고, 그 가운데 영유아 표본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일본 당국이 역사를 똑바로 직시하고 평화를 수호하며 전쟁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시미즈는 1945년 14살로 하얼빈 731부대서 '소년병'으로 복무했다. 이후 약 4개월이 지나고 일본군이 패전함에 따라 본국으로 돌아갔다. 복무 기간 생체실험 등 일본군의 만행을 목격한 그는 큰 충격을 받고 이후 죄책감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매체 기자들에게 "첫 아이를 낳은 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731부대의 표본실 사진이 머릿속을 번쩍이며 마치 죽은 아이들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16년 용기를 내 731부대 소년병 출신이던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증언해 왔다.

시미즈는 이번 중국 방문에 앞서 중국 매체에 보낸 기고문에서 "일본 국내에선 반대 여론이 있고 현재 건강 상태도 좋지 않지만 모든 걱정을 제쳐두고 중국에 가고 싶다"며 "살아생전에 일본군 제731부대 유적지로 돌아가 피해를 본 중국 인민들에게 가장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시미즈의 여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731부대 유적지 전시관 진청민 관장은 "시미즈 히데오가 하얼빈으로 돌아와 사죄하는 마지막 731부대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731부대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중 1930년대 중국과 동남아 생화학전 중추 센터로 하얼빈에 세운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비밀 생화학 및 화학전 연구 기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731부대 인체실험 과정에서 최소 3000명이 희생됐고, 일본의 생물학 무기에 따른 중국 내 사망자는 30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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