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금액, 상환금액, 전환비율 등 RCPS 관련 상세내용을 감사보고서 주석으로 명기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기업국제회계기준(K-IFRS)상 RCPS가 여전히 부채로 인식되는 만큼 RCPS와 관련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의 유동성과 상환능력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설명하기도 힘이 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셀러들은 재무제표상 완전자본잠식과 관련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퇴점하겠다고 경고했다"며 "실제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중 재무제표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곳은 발란, 정육각,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이블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등 4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규모를 살펴보면 발란이 77억원, 정육각 309억원, 에이블리 543억원, 오늘의집 7989억원이다. 외견 상으로 보면 오늘의집의 재무제표 상태가 가장 심각해 보인다.
그러나 RCPS 착시현상을 덜어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기업의 상태에 따라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모두 있는 증권이다.
문제는 회계상 RCPS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는 RCPS를 자본으로 인정하지만 K-IFRS에서는 RCPS를 부채로 인식한다. RCPS의 상환권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실제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RCPS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 VC 관계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의 경우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는게 향후 더 큰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RCPS 상환을 요구할 정도의 스타트업이라면 이미 정상적인 경영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 달아두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상환전환우선주부채(1964억원)와 파생상품부채(8184억원) 등 RCPS를 덜어낸 오늘의집은 부채는 2025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오늘의집의 실질 자본총계는 2170억원이 된다. 단기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도 200%를 훌쩍 넘는다.
RCPS 착시효과로 인한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라며 "재무제표를 해석할 때 RCPS에 대한 충분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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