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선물, 헤어져서 싸게 팔아요"…90만원짜리 청소기, 알고보니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4.08.13 08:10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청소기를 싸게 내놓는다는 게시글. /사진=당근 캡처
"여자친구에게 무선 청소기 선물 받았는데, 헤어져서 싸게 내놓습니다. 검색해보니 신품은 90만원 정도 하네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최근 이별 등을 이유로 물건을 싸게 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첨부된 e커머스 URL을 클릭하면 해당 제품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정상 중고 거래가 아닐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 판매업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스마트스토어에 물건을 등록한 후, 그 페이지 주소를 첨부해 이용자(유저)를 부추기는 수법이다.

13일 뉴스1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 서울, 천안 등에서 이같은 판매 글이 지속해서 제보됐다. 게시물을 본 이용자들은 당근에 신고하거나 동네 생활 게시판에 공유하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악성 매물을 목격했다는 한 이용자는 "첨부된 URL만 보면 고가의 물건으로 보이겠지만 실상 리뷰 하나 없는 어설픈 상품 페이지"라며 "조금만 찾아봐도 당근 가격보다 최소 몇만 원은 싸게 판매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당근에서는 주로 선풍기, 청소기 등 전자제품이 '업자 품목'으로 취급된다. 이달 초 '신품가 90만원'이라며 무선 청소기를 판매하는 당근 게시물이 올라왔으나 해당 상품을 포털서 검색하자 단 한 명의 쿠팡 판매자만이 그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페이지에는 상품 평점, 리뷰, 문의 등도 일절 없었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상품군에서 서비스 남용(어뷰징)이 발생할 수 있다며 흑염소, 홍삼 등 건강식품, 외산 부엌칼 등 품목도 주의해야 한다고 제보했다. 의심 게시물의 특징으로는 '스토리텔링'이 꼽혔다. 전문 업자로 의심되지 않으려 "애인이랑 헤어져서" "이민하게 돼서" 등 실생활과 밀접한 판매 사유를 붙이는 식이다.

당근 관계자는 "패턴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용자 주의가 요구된다"며 "해당 유형의 게시물 발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당근은 최근 이런 어뷰징을 하나의 수법으로 인지하고 관련 모니터링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용자 신고에 더해 패턴을 학습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업자를 판별 중이다.

이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앱) 내 모든 중고 거래 영역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업자 활동을 정책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전문업자로 판별될 경우 운영 정책에 따라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신고가 누적되거나 매크로를 사용한 판매 글의 경우 서비스 영구 정지 등 조처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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