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다문화국가 한국의 고민

머니투데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 2024.08.12 02:03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사진=권표다희 기자


영어가 유창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8월6일자로 신청이 마무리됐다. 논의과정에서 최저임금 적용시 하루 4시간 이용에 월 119만원 수준이라 실효성에 대한 논쟁도 거치면서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 같다. 통상 학계에서는 이주민 비율이 5% 이상이면 '다문화사회'라고 정의한다. 2019년 기준 그 비율은 4.9%였고 2040년까지 이주민은 총인구의 6.7%로 증가할 것이라고 하니 이미 우리는 다문화국가인 셈이다.

이런 '국제이주'는 모든 부유한 고령사회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반적 사회현상이라고 한다. 한국은 선진국 대열의 부자국가면서 낮은 출생률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돌봄 인력난 또한 심화하고 있어 국제이주가 이슈화하는 것은 당연한 듯싶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부족한 노동자들을 어디에서 유입할 것인가이며 한국이 이들에게 더 매력적인 이주국가인가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주문제 전문가인 헤인 데 하스 암스테르담대학 교수에 따르면 국제이주는 최근 들어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3~3.5%에서 안정화돼 있다고 한다. 아울러 값싼 노동력을 밖에서 무한히 공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계적 출산율 저하와 이주민 자체의 고령화로 인해 이 또한 점점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이주민 대우는 어떠한가. 체류 외국인 중 상당수는 거소등록을 한 장기체류자며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인 동시에 각종 사회보장보험에 의무가입되는 공식노동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서의 혜택은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배제 및 통제논리로 인해 '시민'으로서 제한된 권리만 보장받고 있다고 한다. 즉 이주민에 대한 동일한 시민권 가정은 정립되지 못한 채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나서 '차등적 시민권'으로 제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이주민의 시민적 계층화'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비자 요건, 젠더, 민족적 지위, 그리고 공간의 차이까지 결합해 속칭 '화성시의 20대 남성 공장 노동자'와 '서울의 조선족 식당 종업원 및 가사도우미'라고 하는 전형적인 차등적 계층화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에는 농촌지역 인력부족에 따라 '농촌의 이주여성 노동자'라는 계층이 자리잡은 와중에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라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한 것이다.

헤인 데 하스 교수에 따르면 유입 가능한 이주민은 무한하지도 않고 우리가 우려하듯 일자리를 뺏는다는 증거도 미미하고 이주노동자가 임금을 낮춘다는 근거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은 근면하고 보수적이며 공동체 지향적인 경우가 많고 성공 욕구가 크기 때문에 범죄율도 높지 않다고 한다. 다문화국가가 된 현시점에 우리는 이주민을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시민·국민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가는 것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합당하지 않을까.(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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