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3배 껑충…"코리아디스카운트 피하자" 미국으로 짐 싸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4.08.10 08:08

[MT리포트]공모주 불패 저무나④

편집자주 | 기회의 땅이었던 IPO 시장이 흔들린다. '따따상'은 커녕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공모가 뻥튀기, 부실 상장 등 잡음도 이어진다. 시장 불신이 커지면서 가능성 있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본 조달 통로가 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 역할을 해야 할 공모주 시장이 투기판이 되지 않도록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 기업의 해외증권시장 연도별 상장 현황/그래픽=김지영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피해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행보가 이어진다. 국내와는 다른 사업환경과 까다로운 요건, 추가 비용 등을 감내하더라도 해외증시 상장이 자금조달이나 기업가치면에서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9일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증권거래소 상장은 매년 꾸준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캡티비전과 한류 홀딩스가 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21년에는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고 더블유게임즈의 미국 자회사인 DDI도 나스닥에서 주권 거래를 시작했다.

올해 시장에서 화재가 된 건 네이버의 웹툰 자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이었다. 기업가치는 26억7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를 인정 받았다. 지난 6월27일 주당 21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최고 24달러까지 올랐고 그 다음날에는 최고 25.66달러를 기록했다. 최고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조4000억원이다.

웹툰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여행 플랫폼 야놀자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역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수 년 전부터 나스닥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경우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국내 상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국내 기업이 해외 특히 미국 증시로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고 해외 현지에서 영업시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월하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2021년3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면서 7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당시 코스피 기준으로 하면 삼성전자(489조5000억원)와 SK하이닉스(99조7000억원)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상장 첫날 주가는 41% 급등하며 시총은 단숨에 100조원을 넘었다.

당시 쿠팡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쿠팡이 돈을 끌어올 곳은 미국 뿐이었다. 뉴욕거래소 상장으로 쿠팡은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웹툰 엔터테인먼트 역시 적자가 이어지는 중이지만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4400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야놀자는 현재 9조~12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이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기업가치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PER(주가순이익비율)만 놓고 봐도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간 차이는 확연하다. 선행 PER 기준 코스피는 평균 약 10배, 코스닥은 평균 약 15배 정도지만 S&P500은 20배, 나스닥100은 30배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기업이라도 코스닥보다 나스닥에서 2배 이상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보다 비싼 비용을 치러서라도 미국 증시 진출을 계속 시도한다. 상장 요건의 경우 나스닥이 코스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까다롭다. 코스닥은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할 경우 적자가 나더라도 자기자본 10억원과 시총 90억원을 충족하면 기술평가 등을 통해 상장할 수 있다.

나스닥은 1부리그에 해당하는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상장하기 위해선 최근 3회계연도 합계 세전 이익이 1100만달러(15억원)거나 시총 8억5000만달러(1조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2부리그인 글로벌 마켓과 3부리그인 캐피탈 마켓은 이보다 요건이 간소하지만 코스닥과 유사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는 최초 상장시 등록비를 납부해야 하고 매년 상장 유지를 위한 수수료도 내야 한다. 상장하는 과정에서 상장자문인을 선임해야 하는 등 국내 상장에 비해 들여야 하는 추가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내보다 강력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나 국내에는 없는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사법적 리스크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본질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 기업들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자본이 모이는 미국 증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동성으로 국내외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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