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골목대장 세르비아는 왜 트럼프에게 접근하나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 2024.08.10 06:00

편집자주 |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로 불려왔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방아쇠가 된 오스트리아제국의 황태자 부처 암살사건도 발칸의 사라예보에서 발생했습니다. 발칸은 합스부르크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가톨릭), 오스만투르크 제국(이슬람), 러시아제국(정교)이 각축을 벌이던 곳이며, 이에 따라 민족, 종교 등으로 사분오열 나뉘어져 대립해왔던 곳입니다. 발칸에서는 같은 슬라브족이며 정교회를 믿는 러시아에 친근감을 느끼는 세르비아가 나라의 크기나 세력에서 가장 큽니다. 1990년대 '남부 슬라브족'을 억지로 묶어뒀던 유고슬라비아('남부 슬라브족의 나라'라는 뜻)가 분열되면서 특히 이슬람교도, 정교회교도, 가톨릭교도가 혼재해 있던 보스니아에서 피의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세르비아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정교회)를 지원해 이른바 이슬람계나 가톨릭계에 대해 '인종청소'를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유고슬라비아가 무너진 후 아직도 나뉘어진 국가들 사이의 경계가 모두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는 코소보입니다. 코소보는 인구의 95%가 이슬람교도로서 유럽 내 최대 이슬람 국가입니다. 세르비아계 정교도 신자들가 소수민족으로 있습니다. 문제는 코소보가 세르비아계 슬라브족에게 민족의 발상지로 믿어지고 있는 성지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세르비아인들은 코소보를 세르비아 안에 두고 싶어 합니다. 독립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방은 독립에 찬성하고 있으며 코소보의 독립과정에서 서방이 큰 도움을 줬습니다. 코소보의 독립을 둘러싸고 세르비아인들은 서방에 대해 원망을 품고 있는데, 세르비아의 부치치 대통령은 좀 더 유연합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행동은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의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심지에 호텔, 아파트 건설권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르비아인들이 좋아하는 러시아,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미국과 EU에도 접근하고 있습니다. 부치치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이 묘기에 가까운 외교적 '줄타기'가 어디로 이어질까요? 부강한 서방의 일원이 될지, 줄타기에 실패해 땅에 떨어지게 될지, 아니면 러시아, 중국과 함께 서방에 맞서는 '저항의 축' 일원이 될지, 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7월 9일 '빅리드' 기사를 읽으시면서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2024년 5월 유엔 총회에서 세르비아 국기를 걸치고 표결에 참석했다. /사진=로이터/뉴스1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한 번화한 구역에 25년 동안 구 유고슬라비아 국방부의 검게 그을린 잔해가 자리 잡고 있다. 1999년 코소보전쟁 당시 나토(NATO)의 폭격으로 파괴된 후 일부러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성지가 허물어지고 화려한 호텔과 아파트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다름아니라 세르비아의 오랜 적대국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미국은 1990년대에 두 차례나 나토의 군사개입을 주도하여 발칸지역 내 세르비아의 침략을 저지한 바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베테랑 미국 금융가들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이자 전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투자펀드인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저명한 전 트럼프 행정부 보좌관 리처드 그레넬이 중개를 도왔다. 분석가들은 이 거래는 비동맹 노선을 추구하는 소국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오랜 친구인 러시아로부터 세르비아를 떼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시점에서 세르비아에 대한 서방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세르비아의 대통령을 맡고 있는 알렉산다르 부치치는 이번 건이 전적으로 비즈니스에 속하는 것일뿐이며 정치적 거래는 아니라고 말한다. "매우 자랑스럽습니다"라고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한다. "이것은 더 많은 투자자와 더 많은 사람들을 베오그라드로 불러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트럼프 호텔, 리츠칼튼 호텔 ... 우리는 모든 것을 곧 갖게 될 것입니다. 미국인 투자가들을 대표해 협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전문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까다로웠습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명백히 정치적인 측면도 있다. 거래 상대방은 결국 세르비아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그와 비슷한 내셔널리즘 포퓰리스트인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부치치 대통령은 백악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국무장관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는, 노골적인 트럼프 지지자 그레넬은 트럼프의 발칸 특사 시절 베오그라드에 대한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이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대세르비아 투자를 장려하여 세르비아를 서방의 영향권에 묶고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더욱 큰 그림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레넬은 1945년 이후 미국이 일본에 투자한 것처럼 미국과 세르비아 관계가 과거를 단절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이 거래를 설명하려 한다.

"세르비아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과 가까워지게 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FT에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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