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한 번화한 구역에 25년 동안 구 유고슬라비아 국방부의 검게 그을린 잔해가 자리 잡고 있다. 1999년 코소보전쟁 당시 나토(NATO)의 폭격으로 파괴된 후 일부러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성지가 허물어지고 화려한 호텔과 아파트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다름아니라 세르비아의 오랜 적대국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미국은 1990년대에 두 차례나 나토의 군사개입을 주도하여 발칸지역 내 세르비아의 침략을 저지한 바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베테랑 미국 금융가들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이자 전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투자펀드인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저명한 전 트럼프 행정부 보좌관 리처드 그레넬이 중개를 도왔다. 분석가들은 이 거래는 비동맹 노선을 추구하는 소국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오랜 친구인 러시아로부터 세르비아를 떼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시점에서 세르비아에 대한 서방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세르비아의 대통령을 맡고 있는 알렉산다르 부치치는 이번 건이 전적으로 비즈니스에 속하는 것일뿐이며 정치적 거래는 아니라고 말한다. "매우 자랑스럽습니다"라고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한다. "이것은 더 많은 투자자와 더 많은 사람들을 베오그라드로 불러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트럼프 호텔, 리츠칼튼 호텔 ... 우리는 모든 것을 곧 갖게 될 것입니다. 미국인 투자가들을 대표해 협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전문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까다로웠습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명백히 정치적인 측면도 있다. 거래 상대방은 결국 세르비아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그와 비슷한 내셔널리즘 포퓰리스트인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부치치 대통령은 백악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국무장관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는, 노골적인 트럼프 지지자 그레넬은 트럼프의 발칸 특사 시절 베오그라드에 대한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이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대세르비아 투자를 장려하여 세르비아를 서방의 영향권에 묶고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더욱 큰 그림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레넬은 1945년 이후 미국이 일본에 투자한 것처럼 미국과 세르비아 관계가 과거를 단절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이 거래를 설명하려 한다.
"세르비아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과 가까워지게 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FT에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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