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13.8조' 엔캐리…엔화 올라도 당장 '청산' 안 할 것

日상사주 수익 연 14%
엔화 강세 타격있지만
수익比 환헤지 효과 커
"달러당 '116엔' 갈 수도"
시장 '방향성'엔 공감대

워런 버핏이 이끌고 있는 미국의 투자 전문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로고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스크린에서 비춰지고 있는 모습. 2023.05.10. /로이터=뉴스1

엔화 가치 급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정 물량 청산되면서 증시가 휘청이자 엔 캐리 트레이드로 효과를 본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에 관심이 쏠린다. 버크셔는 2020년 일본 5대 상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환 헤지를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엔화를 빌려 투자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가 1% 내외의 저금리로 일본 엔화로 자금을 차입한 다음 그 자금을 고수익 통화,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엔화가 급반등하면서 손실을 피하기 위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되며 글로벌 증시의 낙폭을 키웠다.

버크셔도 2020년(실제로는 그전부터 12개월 간 매수)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이, 스미토모, 미쓰비시 등 상사 주식을 사면서 100억달러(현 환율 13조7800억원)에 가까운 엔화 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엔화 가치 급반등에도 버크셔가 당장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해당 채권의 만기는 2060년으로 길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버크셔가 보유한 5대 상사주도 이후 주가가 상승해 투자금을 2~3배로 불린 터다. 엔화는 2020년 매수 시점에 비하면 아직 40%가량 싸다. 엔화 채권으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해 거둔 그간의 수익에 대한 환 헤지 효과가 더 크다.

무엇보다 차입 이자가 연 0.5%로 저렴하다. 버핏 CEO는 2023년 버크셔 연례회의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일본 상사주 투자에 대해 "(이들 상사주가) 꽤 괜찮은 배당금을 주다보니 약 14%(주가수익배율 7배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반면 환 위험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0.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쪽에서 14%를 벌고 다른 쪽에선 0.5%로 비용을 낮추면 영원히 돈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버크셔는 일본 5대 상사주 지분을 각각 8%로 늘려 현재 총 200억달러(27조5000억원)의 시장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버크셔도 엔화 강세의 타격이 없는 건 아니다. 상사주 주가가 지난달의 고점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다. 3분기 엔화 강세에 따른 평가손실도 불가피하다. 버크셔는 올해 상반기 엔화 하락으로 10억달러의 평가수익을 봤으나 이제는 역으로 비슷한 규모의 평가손익(달러 당 144엔 기준)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주 시장을 흔들며 본격 불거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규모 추정이 어려워 어떻게 마무리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소시에테 제너럴 통화전략가 킷 저크스는 "세계가 본 적이 없는 가장 큰 캐리 트레이드를 마무리하려면 몇몇 사람의 머리가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및 엔화 가치 상승은 속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방향은 정해졌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현재 달러당 146엔 정도인 엔화 환율이 3년 뒤인 2027년 30엔가량 내려갈(엔화 가치 상승)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티은행 통화분석가 오사무 타카시마는 "현재의 조정은 시작일 뿐"이라며 "엔화가 2026년까지 129엔에 도달한 후 이듬해 116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JP모간 통화전략가 아린담 산딜리아는 "이전보다 속도는 느려져도 엔화 가치 상승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