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연가스 버스, 갑자기 폭발" 바닥이 뻥…18명 다쳐도 처벌 없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 2024.08.09 05:3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0년 8월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도로에서 천연가스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해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0.08.09. /사진=뉴시스

14년 전인 2010년 8월 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도로에서 신호 정차 중이던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탑승한 승객과 주변 인도를 걷던 행인 등 모두 18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승객 1명은 다리 절단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사고에 시민들은 한동안 '버스 포비아(Bus Phobia·버스 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버스 중간자리를 피해 뒷자리에만 앉거나 버스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확산됐다. 버스 기사들 역시 CNG버스 운전을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형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했고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14년 전 이날, 서울 한복판에서 갑자기 폭발한 시내버스



2010년 8월9일 오후 5시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도로에서 신호를 받고 정차했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은 버스 차체 아래에 있는 연료통에서 발생했다. 폭발의 충격은 버스 내부 바닥을 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버스 유리창뿐 아니라 사고 현장 인근의 상가 유리창까지 파손될 정도였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과 경찰 당국은 8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사고를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인근 4개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장 수습 후 경찰은 사고 버스를 경찰 차량 정비창에 옮긴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함께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사고 버스는 2001년 12월 제조된 차량으로, 2010년 12월까지 운행 후 폐차할 예정이었다.



보름간의 조사 결과…"연료통 손상과 밸브 오작동"


2010년 8월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도로에서 천연가스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해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 사고 후 버스 내부의 모습. /2010.08.09. /사진=머니투데이DB, 광진소방서 제공

경찰과 국과수는 약 보름간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한 뒤 2010년 8월 27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폭발 사고 원인은 연료통 손상과 밸브 오작동"이라고 밝혔다.

합동조사팀은 "정밀 감정 결과, 연료통 용기를 둘러싼 복합재가 장기간 볼트에 의해 긁혔다"며 "그래서 균열이 생겼고 가스 밸브의 작동 불량, 밸브 단선 등으로 가스가 밖으로 방출되지 못해 압력이 커져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버스 운행 중 차체가 흔들릴 때 볼트 등 고정 부품이 연료통 용기를 긁었고, 이로 인해 용기에 14~15㎝ 크기의 훼손이 생겼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높았던 기온과 지열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엔진 온도 등이 올라가면서 연료통 용기 내 가스가 팽창, 과하게 압력이 상승한 것도 사고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형사처벌 가능성 미지수, 경찰 수사 난항


2010년 8월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도로에서 천연가스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해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0.08.09. /사진=뉴시스

경찰은 행당동 버스 폭발 사고 관련해 무려 9개월 동안 수사 결과를 못 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데다,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근거 조항도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연료통 손상과 밸브 오작동이란 국과수의 사고 원인 감식 결과가 나왔으나 경찰 측은 "국과수 조사 결과는 추정일 뿐이고 버스 정비 과정서 문제가 있었는지, 연료통 용기에 원래 하자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국과수 외 6곳의 연구기관에도 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국과수 감식 결과보다 더 의미 있는 결론을 받진 못했다. 경찰은 "만약 버스업체 쪽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사고가 발생한 버스는 출고된 지 9년 지난 노후버스였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버스업체가 연료통을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했는데, 당시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 규정이 없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 5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끝내 '무혐의 의견' 송치…검찰에서 마무리


경찰은 결국 버스업체 측에 형사적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10개월 만인 2011년 6월 해당 사건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국과수,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공조해 다시 한번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도 버스업체 등의 과실을 찾아내지 못한 채 2012년 12월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측은 "버스업체 검사소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연료통 용기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차체 하부에 용기를 부착한 상태로 점검해 (사고 원인이 된) 손상을 발견하기 어려웠던 만큼,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행당동 버스 폭발 사고 후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천연가스 자동차 내압용기 안전관리 체계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로 일원화했다.

특히 CNG 버스를 대상으로 3년마다 장착된 연료통을 분리해 철저히 검사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유의미한 변화였다. 이후 정부는 이를 위해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전국적인 천연가스 차량 검사시설도 확보했다. 이후 CNG버스와 차량의 사고위험이 크게 낮아졌다.

베스트 클릭

  1. 1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2. 2 짓밟고 헤어드라이기 학대…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의붓아들 [뉴스속오늘]
  3. 3 "1m 도마뱀 돌아다녀" 재난문자에 김포 '발칵'…3시간 만에 포획
  4. 4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
  5. 5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