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가방이 할인한 셈"…헤지펀드, 미 폭락장 19.3조 쇼핑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이지현 기자, 윤세미 기자 | 2024.08.08 04:20

"美 실업률 하나로 과한 반응"
수개월 매도 입장서 '매수'로
기관도 하루새 19조원 줍줍
주요국 증시 연이틀 반등 속
"당분간은 변동장" 목소리도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가 큰 폭 하락 마감했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2년여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고, 빅테크 '매그니피센트7(M7)'은 동반 폭락했다. /AP=뉴시스

지난 월요일(5일) 폭락장에서 헤지펀드 큰손들이 재빠르게 미국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급락장은 경기 침체가 실제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개별 데이터에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해석에서다. 한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 증시는 연이틀 반등했지만 안정감은 떨어져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가 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3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개별 주식을 사들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수개월간 매도 우위를 보이다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JP모간의 다른 분석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도 나스닥지수가 3%가 빠진 5일 미국 개별 주식을 140억달러(약 19조3000억원) 싹쓸이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의 발단은 미국의 실업률 통계(7월 4.3%로 전월비 0.2%포인트 상승)가 키운 경기침체론이다. 이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엔화 가치가 치솟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유발했다.

하지만 헤지펀드 리서치 기업인 피보탈패스의 CEO 조나단 카플리스는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매니저들은 현재의 문제를 상장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더 넓은 미국 경제의 장기적 문제가 아니라, 단기적이고 감정에 따른 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침체론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의 수석 부사장 맥스 고크만은 "원하던 디자이너 백이 10% 할인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경기침체 때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침체를 판단할 때는 미국 국립경제연구소가 사용하는 △비농업 고용통계 △산업생산 △실질개인소득 등 세 가지 지표가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7월까지 4개월간 고용 인원은 증가했고 6월까지 3개월 간 실질 소득과 산업 생산도 늘어나 경기 침체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일 일본에서는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시장 악재로 작용한 엔화 가치 급반등 추세에 제동을 걸며 시장을 달랬다.

이날 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1.19% 상승한 3만5089.62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2% 넘게 떨어졌으나 우치다 부총재 발언이 나오고선 상승 전환한 뒤 2% 넘는 오르기도 하는 등 변동폭은 컸다. 엔화는 이날 오후 4시10분 기준 달러 대비 146.88엔으로 이틀 전 저점(141.68엔)보다 3.6% 상승했다.(엔화 가치 하락)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1.83%(46.26포인트), 코스닥은 2.14%(15.6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주 종가 대비로 코스피는 아직 4%가량 낮은 자리에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대장주 TSMC가 4.55% 급등한 데 힘입어 3.87% 급등했다.

증시가 5일 폭락한 뒤 연이틀 회복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필요했던 조정이라며 큰손들 사례처럼 좋은 종목을 살 기회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삼의 규칙'을 만든 클라우디아 삼 뉴 센추리 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 미국이 경기침체에 있지 않으며, 연준이 금리인하를 통해시장 불안을 완화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진=클라우디아 삼 X 계정 캡처
골드만삭스의 최고 글로벌 주식 전략가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이 시장의 수정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계속 험난한 환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BMO패밀리오피스의 캐럴 슐라이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의 변동성 부재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며 최근의 조정이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7% 이상 내려간 상태다. 리솔츠 자산운용의 수석 시장분석가 캘리 콕스는 "시장의 성장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고 노동시장도 망가진 게 아니라 다소 둔화한 것"이라면서 "폭락은 가치 있는 주식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을 냈다.

베스트 클릭

  1. 1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2. 2 짓밟고 헤어드라이기 학대…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의붓아들 [뉴스속오늘]
  3. 3 "1m 도마뱀 돌아다녀" 재난문자에 김포 '발칵'…3시간 만에 포획
  4. 4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
  5. 5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