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겪고도…유사한 '티몬캐시' 뒷북 처방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이창섭 기자 | 2024.08.08 04:10

상품권 발행제한, 21대 국회때 발의 됐지만 폐기
수천억 피해 발생 불가피…정부 "근본 제도 개선"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여행상품 환불 지원방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와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들의 정산 기한을 도입한다. 판매대금은 은행 등 제3의 금융기관에 따로 맡겨두도록 의무화한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판매사 정산대금을 쌈짓돈으로 빼먹는 이커머스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인데 티메프 사태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 뒤에야 나온 '뒷북 처방'이란 지적도 나온다.

7일 정부가 발표한 '티메프 사태 추가 대응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은 이커머스의 판매대금 유용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이커머스 업체와 PG사는 법령상 규정 없이 약관과 계약 등에 따라 정산기한을 설정하고 자율적으로 판매 대금을 관리하고 있다. 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qoo10)은 이를 악용해 입점 판매자들에 가야할 판매대금을 사업 확장 등에 썼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40~60일)보다 짧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판매대금도 별도 관리하도록 의무화한다. 이커머스 업체와 PG사가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따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용 대상과 비율 등은 업계 및 간담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이커머스 부실이 판매자나 소비자에게 전이되는 부작용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커머스 행위 규제에 대해 담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직접적 규제는 다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정부 대책이 '뒷북'이란 지적도 나온다. '혁신'을 명분으로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영업을 펼쳐온 이커머스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21년 8월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에도 이커머스가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티몬 캐시'와 같은 선불충전금 환불 논란은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하다.

앞서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머지머니'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사용처가 축소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환불 대란이 빚어지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정부는 티몬 캐시 문제를 다음달 15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으로 막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결론적으로 머지포인트 사태 대책이다. 상품권 발행 주체와 발행한도에 대한 제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상품권 발행업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하고 연간 발행 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따라 티몬과 해피머니아이엔씨 같은 곳은 이번에 문제가 된 해피머니 상품권, 티몬캐시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할인해서 발행할 수 없다. 티메프는 해피머니아이엔씨가 발행한 해피머니 상품권, 티몬캐시 등을 최대 10% 할인율에 판매했다. 소비자들은 이른바 '상테크'(상품권+재테크)를 위해 대량으로 이를 구매했다.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자 해피머니 사용처들이 제휴를 끊으면서 상품권들은 휴지 조각이 됐다. 정확한 피해액은 조사 중이나 수천억원대에 달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품권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선 방안은 하반기 중 시간을 가지면서 공정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지급결제 업체들이 늘어나고 스타트업이 늘면서 금융리스크가 커지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 두 부분을 어떻게 균형되게 봐야 할지(가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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