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티 끝났나…잠시 쉬었다 주역 바꿔 다시 시작하나[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08.07 18:35
미국 증시는 6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3일간의 하락세를 끝내고 반등했다. 그간 주가 하락세가 심했던 AI(인공지능) 수헤주들도 상승하며 나스닥지수는 1.0% 올랐다.

미국 증시 전반이 일단 저점은 확인한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그간 투자자들이 AI 수혜주 비중을 높여온 만큼 주가가 상당폭 하락한 지금이 AI 수혜주를 담을 기회인지도 주목된다.

다시 말해 AI 파티가 끝난 것인지, 아니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더 질펀한 AI 파티가 시작될 것인지가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 중 하나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인 존 히긴스는 AI 파티가 다시 시작될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 5일 투자 메모를 통해 "지금은 닷컴 버블이 붕괴됐던 2000년보다는 지금처럼 일시적인 주가 하락과 일본 엔화 급등이 겹쳤던 1998년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최선의 추측은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잘 버티고 투자자들이 AI에 대한 열정을 재발견하면서 주식시장이 회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AI 붐의 최대 수혜주였던 AI 서버업체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의 실적을 보면 투자자들이 뭔가 획기적인 호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전과 같은 AI 열정을 되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6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슈퍼 마이크로의 실적은 AI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품 가격 인상과 경쟁 심화로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담고 있었다.

슈퍼 마이크로는 회계연도 2024년 4분기(지난 4~6월) 매출액이 53억1000만달러로 집계돼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53억2000만달러를 밑돌았다.

하지만 슈퍼 마이크로 경영진은 컨퍼런스 콜에서 부품 공급에 제약이 없었다면 매출액이 8억달러 더 발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 부족을 겪은 부품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였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슈퍼 마이크로는 회계연도 2025년 1분기(올 7~9월) 매출액에 대해서도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60억~70억달러를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83~230%에 달하는 것이다.

내년 6월 말까지 회계연도 2025년 전체에 대해서도 매출액이 전년비 74~10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문제는 지난 4~6월 매출액총이익률이 11.2%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전년 동기 17%에 비해 대폭 하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스퀘한나의 애널리스트인 메디 호세이니는 "슈퍼 마이크로에 공급되는 부품 가격, 특히 D램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경쟁업체인 델과 폭스콘 등은 서버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올리려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 마이크로의 실적은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경쟁 심화로 인해 과거만큼 높은 이익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처럼 투자자들이 놀랄만한 매출액 성장세에 환호하면서 AI 이름만 붙어도 주가를 끌어올리던 시기는 끝났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슈퍼 마이크로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3.3% 폭락했다. 슈퍼 마이크로는 이미 지난 3월13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1188.07달러에 비해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다만 AI 수요가 증가세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5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AI 데이터 분석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단순한 성능과 학문적 지식을 뛰어넘는 AI에 대해 고객들의 거침없는 수요"가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이를 토대로 팔란티어는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지난 2분기 실적과 올 3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제시했고 6일 주가도 10.4% 상승 마감했다.

팔란티어의 긍정적인 실적과 슈퍼 마이크로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AI의 산업 사이클을 고려할 때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AI 붐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인프라 투자가 주도했다. 이 결과 엔비디아와 슈퍼 마이크로, 브로드컴 같이 데이터센터 비중이 높은 기업이 주가가 급등했다.

이제는 AI 사이클이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팔란티어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 분기에도 팔란티어는 호실적을 공개했고 어도비와 C3.ai 같은 소프트웨어회사도 긍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소프트웨어 회사나 산업 각 분야에 AI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이 AI 랠리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아직 본격적인 AI 호황을 경험하지 못한 PC와 스마트폰도 조만간 AI 수요 증가의 혜택을 누릴지 주목된다.

애플이 AI 아이폰에 대한 기대로 지난 5월 초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조정을 받았지만 실제 AI 아이폰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AI 휴대폰과 AI PC 수요가 실제로 늘어난다면 관련 반도체 회사인 퀄컴, AMD, 암(Arm) 홀딩스, 인텔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PC 제조업체의 경우 경쟁이 심해 이익률이 높지 않은 구조기 때문에 AI 수혜의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한편, AI 대장주로 AI 산업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엔비디아는 3주 후인 오는 28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그 때까지 AI 수혜주는 개별 기업의 실적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7일에는 개장 전에 월트 디즈니가 실적을 발표한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지난 6월 소비자 신용이 발표된다. 소비자들의 신용 지출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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