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부총재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은 매우 갑작스럽다"며 "일본 주가 상승은 기업 수익성 강화에 기인하는데, 미국의 한 달 지표에 대한 반응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주가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하락한 것은 엔저 현상이 조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가 변동은 기업의 투자 행태와 부의 효과를 통해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 활동과 물가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며 통화정책 시행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우리는 높은 긴장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 전개와 그것이 경제 활동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BOJ는 지난달 31일 열린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했으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후 지난 2일 미국의 고용 지표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증시가 출렁거렸다. 미국 나스닥은 사흘 연속 2~3%대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는 하루에만 12.4%, 한국 코스피는 8.77% 대폭락해 수십 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경기침체 우려는 미국 기준금리의 빠른 인하 전망과 맞물리며 양국 금리 차 축소 예상으로 인한 엔화 강세를 촉발해 일본증시를 크게 끌어내렸다.
이와 관련해 우치다 부총재는 이날 현재 기준금리에 대해 "명목상 금리가 올랐으나 실질적으로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화의 평가절하로 수입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리스크 중립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금리를 계속 인상하려는 의도는 경제활동과 물가에 대한 전망이 실현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일주일여 동안 주가와 환율의 큰 변동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엔저에 대한 조정이 통화정책 운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물가에 대한 상승 압력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우치다 부총재 발언과 관련해 스즈키 히로후미 스미토모 미쓰이은행 수석 외환 전략가는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시장에 안도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엔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증권가에서는 11월 미국 대선 이전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도쿄 증시는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장 초반 2% 넘게 빠졌던 닛케이225지수는 오전 10시30분쯤 상승 전환한 뒤 3만5464.61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엔화 환율은 치솟았다. 이날 오후 2시7분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7.59~147.63엔에서 거래 중이다.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닛케이는 "'비둘기파'적인 우치다 총재의 발언이 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며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엔화 절상과 주가의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 발언이 시장 안정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고 짚었다. 다만 오카산 증권의 국내 투자관리 담당 임원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BOJ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만 말하고 있다"면서 "BOJ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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