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깨고 탈출" 대구 고속철 '쾅', 승객들 혼비백산…어이없는 참사 원인[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박상혁 기자 | 2024.08.08 08:00
2003년 8월8일 오전7시14분쯤 대구 고모역~경산역 부근에서 303호 무궁화 열차와 2661호 화물열차가 추돌했다./사진=SBS 뉴스 캡쳐

2003년 8월8일 오전 7시14분쯤. 303호 무궁화 열차가 대구 고모역~경산역 사이에서 정차 중인 2661호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로 무궁화호의 6번 객차는 추돌압력으로 크게 찌그러졌고, 혼비백산한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거나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소방과 경찰 등은 구조인력 490명과 헬기 등 장비를 현장에 급파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이날 사고로 인해 승객 2명이 숨졌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발생한 대구 경산역 추돌 사고는 기관사와 역무원 사이 불통, 안전 불감증, 근무 태만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인재였다.


고속철도 인재의 원인: 소통 오류


대구 고속철도 사고 발생 구간./사진=MBC 뉴스 캡쳐

대구 경산역 추돌 사고의 1차 원인은 '소통의 오류'였다.

사고가 발생한 대구 고모~경산역 구간에선 신호기 교체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역과 열차는 무선 교신을 통해 상황을 주고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고모역 역무원과 2661호 화물열차 기관사 간 소통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고모역 역무원은 오전 7시쯤 2661호 화물열차에 "정상 운행하라"는 무선 교신을 보냈다. '고모역~경산역 구간에 신호기가 시험작동 중이니 무시하고 운행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2661호 화물차 기관사는 이를 '신호를 준수하고 천천히 주행하라'는 뜻으로 오해했다. 그는 시험작동 중인 신호기를 정상 신호로 알고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결국 '정상 운행'에 대한 고모역 역무원과 2661호 화물열차 기관사의 해석 차이는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게 했고, 결국 뒤따라 들어온 무궁화호 열차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전방 주시 실패한 기관사…철도 시스템 허점 드러나


추돌 사고로 찌그러진 열차./사진=KBS 뉴스 캡쳐

사고의 또 다른 책임은 303호 무궁화 열차 기관사에게도 있었다.


그는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탓에 정차해 있는 2661호 화물열차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추돌 40여m를 앞두고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사고를 피할 순 없었다.

무궁화호 기관사는 "고모역을 지나칠 때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그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고, 선로 옆에 설치된 정지 또는 서행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 사고로 우리나라 고속철도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고속철도 안전 운행 규칙에 따르면, 한 역에 두 대의 열차가 동시에 진입할 수 없다. 하지만 사고 당시엔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화물열차가 경산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무궁화호가 고모역을 출발했다.

또 전방에 방해물이 나타나면 열차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자동정지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책임 공방과 형사처벌…누구의 책임인가


대구지방법원 형사 4단독 재판부는 고모역장에게 금고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나머지 관련자들에겐 금고형을 선고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 관련자 6명 등은 기소됐다. 재판에서 다뤄진 주요 쟁점은 '누가 무궁화호를 고모역에 출발시켰는가'였다.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부산지방사무소 사령실 측은 "통신식으로 운행할 경우 역장 책임에 따라 운행 지시를 해야 한다", "무궁화호를 주의해서 통과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모역 측은 "부산 사령실의 지시에 따라 무궁화호를 통과시켰다"고 항변했다.

이듬해인 2004년 1월19일. 대구지방법원 형사 4단독 손봉기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부산 철도청 운전사령에게 금고 2년을 선고했다. 화물열차 기관사와 고모역 역무원에겐 각각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고모역장은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공사 현장 책임관리원과 무궁화호 기관사에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안전 운행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한 점이 인정된다"며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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