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덮친 국내 산업계...반도체·자동차·배터리 '위기'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박미리 기자, 오진영 기자 | 2024.08.06 15:27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미국에서 'R(경기침체)의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요 둔화 등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공급망과 긴밀한 우리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민감하다. 파운드리 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이 침체된다면 우리 기업의 실적도 대폭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수요 부진은 우리 기업의 주력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DDR5(더블데이트레이트5)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AI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는 연간 824조원에 달하지만, 관련 매출 추정치는 137조원에 불과하다.

업계는 R의 공포가 지속되면 결국 투자 속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한 발 앞서 미국 공장과 자국 가오슝 공장의 건설을 지연하는 등 투자 속도를 늦췄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첨단 칩 수요가 둔화하고 있으며,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빅테크의 투자 축소가 더해지면 우리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가 모두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중국차 진입이 제한돼있으며 가장 평균판매 단가가 높아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판매와 수익성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주가와 실적은 모두 미국 시장 점유율과 인센티브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이 실제로 침체에 빠진다면 자동차 업체 전반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얘기다.


'캐즘'으로 위기에 있는 배터리 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공장 가동시기를 내년 1분기에서 연내로 앞당기겠다고 했을 정도로 미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고용 환경이 많이 좋지 않다면 수요가 느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해운업계에서도 운임료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운임료가 현재의 4분의 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실제로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등은 주말 이후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급락 시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이 동반되었던 반면 이번 조정은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이 되어 과거와는 상이한 이례적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경기침체의 강도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하반기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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