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연동제 '그림의떡'…골판지 원지값 인상에 박스업계 발동동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 2024.08.06 13:45

골판지박스 원가의 60% 차지하는 '원지'...3년만에 값 인상
지난해 시행 납품대금연동제 의무화 목소리

택배, 배송박스를 만들기 전의 골판지 원단. 원단을 크기에 맞게 자르고, 접고, 풀로 붙인 뒤 표면에 갖가지 그림과 글씨를 인쇄하면 골판지 박스가 된다. 최근 골판지 원단을 만드는 원지의 가격 인상이 예고돼 골판지 박스를 만드는 업계의 "대기업에게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겠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사진제공=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택배에 쓰이는 '골판지 박스'의 원가 인상이 예고되자 박스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제값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해 납품대금연동제가 시행됐지만, 골판지 박스 거래는 적용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6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박스의 원지를 만드는 태림페이퍼와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한솔페이퍼텍 등은 이미 18~21%의 가격 인상을 했거나, 8월 중 인상을 예고했다. 인상을 확정한 업체들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85% 수준으로,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체들도 시기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골판지 원지 가격 인상은 2021년 이후 3년만이다. 당시는 코로나19(COVID-19)로 택배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 업계 선두주자였던 대양제지 공장 화재로 공급량이 줄고, 중국이 골판지 원지의 핵심 원재료인 전세계의 폐지를 블랙홀처럼 수입하면서 가격이 세차례 연달아 올랐다.

올해 인상은 국내 폐지 수거량은 일정한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홍해 이용 선박 감소로 동남아시아에 갈 유럽산 폐지가 줄고, 그 자리를 한국 폐지가 채워 정작 국내에서는 폐지 수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금리 인상으로 골판지 원지 업계의 경영 여건이 악화한 영향도 컸다.
골판지박스의 원지를 만드는 폐지. 최근 동남아시아로 수출이 늘어나며 골판지박스 원지의 가격이 인상되는 원인이 됐다./사진제공=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이번 가격 인상은 원지로 골판지 박스를 만들어 수요업체인 대기업들에 납품하는 중소 포장업계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골판지 박스는 널빤지(라이너) 두장 사이에 물결 모양의 종이 완충재인 '골심지'를 넣어 만든 '원단'을 크기에 맞게 재단하고, 접고, 표면에 갖가지 그림과 글씨를 인쇄해 만든다. 골판지 박스 생산단가의 60%를 원지가, 이중 절반은 골심지가 차지한다. 이번에 골판지 원지 업계가 인상한 것도 골심지 가격이다.


지난해 시행된 납품대금연동제는 최종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값이 20% 이상 인상되면, 납품대금이 재협상 없이 원재료값이 오른 만큼 인상되도록 했다. 다만 수요업체와 납품업체가 합의하면 연동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해당 조항이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해왔다. 자신들의 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납품대금연동제 비적용을 요구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 포장사들도 대기업의 요구를 거절하면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납품대금연동제 적용 사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포장사들을 회원사를 둔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의 신봉호 전무는 "골판지 상자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박스업계는 대부분 중소, 영세기업이며 수요기업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원지 가격이 인상돼도 납품대금에 반영하기 어려워 손실을 계속 떠안는 사례가 많다"며 "업계 간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납품대금연동제 적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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