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파운드리 부진 시달리는 K-반도체…'R의 공포' 덮친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4.08.06 15:04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R(경기침체)의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심화한다. 최근 AI(인공지능) 수요 증가세가 주춤한데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 둔화 등 부정적 신호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라인 가동을 늦추거나 중장기 생산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텔 등 기업이 예측을 하회하는 2분기 실적을 기록한데다 엔비디아의 설계 결함,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 위축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파운드리 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이 침체된다면 우리 기업의 실적도 대폭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급망과 긴밀한 우리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민감하다. 'R의 공포'가 확산됐던 지난 5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대비 10.30%, SK하이닉스는 9.87% 급락했다. 같은 날 엔비디아(6.36%↓)와 애플(4.82%↓)등 주요 고객사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AI 수요 부진은 우리 기업의 주력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DDR5(더블데이트레이트5)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AI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는 연간 824조원에 달하지만, 관련 매출 추정치는 137조원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 메모리 기업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부진 전망이 우려스럽다. 경기침체를 우려한 빅테크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구매를 줄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구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엘리엇은 "엔비디아 주가는 거품 상태이며, AI 붐이 과장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비 AI부문의 수요 침체도 지속되는 추세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가전 등 세트(완성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부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경기침체는 필연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조 단위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도 지속 영업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인원을 15% 줄이고 30년간 지속해 왔던 배당을 중단했다.

업계는 R의 공포가 지속되면 결국 투자 속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한 발 앞서 미국 공장과 자국 가오슝 공장의 건설을 지연하는 등 투자 속도를 늦췄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의 "PC는 회복속도가 더디고, 일반 서버는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자동차 재고가 계속 늘고 있다"는 말에도 이같은 우려가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첨단 칩 수요가 둔화하고 있으며,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빅테크의 투자 축소가 더해지면 우리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가 모두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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