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진(58)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여 양궁 대표팀은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과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 엑스텐보이즈), 김제덕(20·예천군청)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혼성 단체전, 남·여 개인전, 단체전 등 총 5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한국 양궁이 올림픽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가져온 금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4개였다. 이때도 전 종목을 석권하긴 했으나, 혼성 단체전이 없었다.
세계 양궁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모든 종목에서 고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아슬아슬했던 것이 남자 양궁 개인전이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김우진은 4강에서 팀 동료 이우석을 슛오프로 간신히 제압했다. 결승에서는 '한국 킬러' 브래디 엘리슨(36·미국)를 5-5(27-29, 28-24, 27-29, 29-27, 30-30)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슛오프에 간 끝에 라인에 걸치는 10점을 쏴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함께한 동료들은 마지막 슛오프를 어떻게 봤을까. 남자 양궁 단체전 3연패를 이끈 강심장들조차 이 순간에는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이우석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4강에서 떨어진 후) 선수 대기실에서 계속 응원했는데 마지막 슛오프까지 갔을 때는 보지 못했다. 그냥 눈을 감고 (김)우진이 형이 제발 10점을 쏘길 기도했다.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걸 듣고서 눈을 떴는데 결과를 보고서야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옆에 있던 김제덕도 8강이 끝난 후에 양궁협회 분들과 관중석에서 응원했는데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 나오더라. 결승전에서는 엘리슨 선수가 좀 더 가까이 쓰면 어떡할지 걱정했는데 (김)우진이 형이 슛오프로 10점을 쐈을 때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모두를 가슴 졸이게 한 짜릿한 한 방으로 세계 양궁의 새로 썼다. 이미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였던 그는 이 한 방으로 한국 남자 양궁 최초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또한 남자 양궁 최초 개인전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의 마지막 한 조각을 채웠으며, 5개의 금메달로 한국 양궁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됐다.
본인은 담담했으나, 같이 한 동생들은 존경심을 나타냈다. 김우진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혼성전,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따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한국 양궁)에겐 항상 위협이 있었다. 우리가 가장 강하다는 걸 모든 나라 선수가 알고, 다들 한국에 맞춰 전략을 짜 오다 보니 우리는 항상 수비 하는 입장이다. 그런 위기를 계속해서 겪다 보니 (승부처에서도) 슬기롭게 잘 해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막내 김제덕은 "김우진이란 선수를 리우 올림픽 때 처음 봤다. 올림픽이란 대회도 처음 알게 되고 (김)우진이 형이 리우 올림픽 때 활약하는 걸 보고 롤모델로 삼게 됐다. 그렇게 꿈꿔온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 우진이 형이 3관왕을 하게 돼서 나도 매우 뿌듯하고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더 많이 본받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햠께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임시 현(21·한국체대)도"가장 가까이서 (김)우진이 오빠가 어떻게 경기를 이끌어가고 풀어가는지 봤다. 정말 배울 게 많다고 느꼈다. 맏형이면서 에이스로서 나보다 훨씬 많은 부담감을 가졌을 텐데 좋은 경기력을 끌어내서 존경스러웠다. 나도 우진이 오빠처럼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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