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염색체' 복서, 동메달 확보…"나는 여자, 괴롭힘 멈춰달라"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8.06 11:34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66㎏급 8강전에서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상대 안나 루카 하모리(헝가리)와 함께 경기를 펼치고 있다./로이터=뉴스1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가 자신을 향한 혐오 발언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괴롭힘을 멈춰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5일(이하 현지시간) 이마네 칼리프는 AP통신의 스포츠 영상 파트너인 SNTV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올림픽 원칙과 올림픽 헌장을 지키고, 모든 선수를 괴롭히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괴롭힘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사람을 파괴하고 사람의 생각과 정신, 마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괴롭힘을 삼가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칼리프는 대만 복서 린위팅(29)과 함께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검사에서 불합격, 결승전을 앞두고 실격당했다. 국제복싱협회(IBA)의 처분이었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은 XY염색체를 갖고 있다"며 남성 염색체를 가진 선수는 여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은 달랐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두 선수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1일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16강에서 칼리니와 맞붙은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가 1라운드 경기 시작하자마자 칼리프의 펀치를 얼굴에 맞은 뒤 46초 만에 기권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길러지고, 여성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수년 동안 여성으로 경쟁해 온 두 명의 여성 권투선수"라며 "이것이 여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다. 이들이 여성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칼리프와 린위팅을 두둔했다.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66㎏급 8강전에서 상대 안나 루카 하모리(헝가리)를 꺾고 승리했다. /로이터=뉴스1

칼리프는 "올림픽 위원회가 공정한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조치는 진실을 보여주기에 기쁘다"며 자신을 두둔해준 IOC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만 도핑 테스트 외 다른 테스트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이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최소 동메달을 확보하자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조앤 롤링 역시 "머지않아 누군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앞서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성 복서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부상을 당하는 것? 여성 복서가 죽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칼리프는 오는 7일 펼쳐지는 준결승에서 태국의 잔잠 수완나펑과 맞붙는다. 린위팅은 지난 4일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칼리프는 "메달을 따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에 누구의 의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더 나아지기 위해 경쟁할 뿐"이라며 "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특히 올림픽에서 SNS 등으로부터 선수들을 관리하는 정신건강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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