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이 세계증시에 악재야? '엔캐리' 청산 속도 낸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4.08.05 16:21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금리 환경의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 시장에 투자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가치 절상으로 빠르게 청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오면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화면을 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나라에서 돈을 빌린 뒤 고금리 시장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특히 엔화 자금을 빌려다 쓰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수년 동안 헤지펀드를 포함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일본은 3월까지 8년 동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정도로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해온 데다 세계 3대 경제 대국인 만큼 안정적 환율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일 금리 격차가 변곡점을 맞이했단 전망이 강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엔화 가치가 반등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본이 지난달 올해 2번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추가 인상까지 시사한 반면, 미국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양국 금리차 축소로 엔화 상승 움직임이 빨라졌다. 여기에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는 시장 전망을 크게 하회,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 가치를 짓눌렀다. 7월 초 162엔대에 근접했던 엔달러 환율은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41.72엔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달러를 상대로 한 달 새 12% 넘게 뛴 것이다.

엔화 상승과 맞물려 엔 캐리 자금도 빠르게 청산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기술주가 폭락한 게 엔 캐리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다른 시장에서 자산을 매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블룸버그는 5일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4% 추락하고 호주 달러가 2% 내린 것 역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온라인 외환거래소인 ATFX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모두가 동시에 출구를 향하면서 엔 캐리 청산이 대량으로 진행됐다"면서 "이를 촉발한 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움직임이 한층 격렬해졌다"고 말했다.


엔화 절상 압력이 커지면 엔 캐리 청산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부채질할 위험이 크다. CNBC에 따르면 투자 연구포털 ERIC의 공동 설립자인 러셀 네이피어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가 엔화 랠리에 이토록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전조"라면서 "미국 주식 가치가 글로벌 통화 환경과 얼마나 상호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추가 상승을 점친다. 리소나홀딩스의 이구치 케이이치 선임 투자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이 미국 경제와 고용지표 악화로 빠르게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면서 엔/달러 환율이 14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스위스 최대 자산운용사 UBS자산운용의 켈빈 테이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를 통해 "엔 캐리 물량이 청산이 엔화에 대한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엔/달러 환율이 135엔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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