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항문·발가락·손 없다"…탈북자가 폭로한 '유령병' 뭐길래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 2024.08.05 09:56
지난 2018년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해 폭파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핵실험장 인근 주민들이 이른바 '유령병'이라고 불리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더선은 지난 2015년 탈북한 이영란씨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방사능 영향으로 항문, 발가락, 손 등이 없는 채로 태어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탈북 직전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근처에서 살았던 이씨는 "길주군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병원에선 의사가 진단을 내릴 수도 없고, 환자들은 천천히 죽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에선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를 갖는 것이 다반사였다"며 "다양한 암에 걸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북한 핵실험 당시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3차 핵실험이 있던 날, 벽시계가 떨어지고 전구가 흔들렸다. 지진인 줄 알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며 "이후 정오가 되자 방송을 통해 3차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제야) 풍계리 군사통제구역이 핵실험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핵실험 성공 소식에 지역 주민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며 기뻐했지만 정작 그들은 핵실험의 피해자가 됐다.

이씨의 아들 역시 유령병에 걸렸다. 2014년 10월 27세 젊은 나이였던 그의 아들은 미열이 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 밀수한 암시장 약물을 복용해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씨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무료 의약품을 약속했음에도 약국 선반은 텅 비어있었으며 오히려 유엔으로부터 지원받은 의약품은 정부 고위 관료들이 쌓아뒀다고 한다.


중국 약품도 소용없자 이씨는 결국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갔고, 아들 폐에 1.5㎝와 2.7㎝ 크기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아들에겐 친한 친구 8명이 있었는데, 2012년부터 한명씩 결핵 진단을 받고 4년 만에 다 죽었다"고 전했다.

이후 탈북에 성공한 이씨는 2016년 한국에서 방사능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방사능 노출 수준이 매우 높고 백혈구 수치는 낮았다고. 이씨는 "온몸에 통증이 있었고 다리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두통 때문에 1년에 6번이나 병원에 입원했다"며 "병원에선 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 길주군에서 나와 똑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2년여간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남아있는 아들에게 돈을 송금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씨는 2018년 5월 아들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유령병의 원인을 방사능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핵 전문가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더선에 "방사성 물질은 폭발로 인해 생긴 틈이나 균열로 흘러 들어가 토양 또는 지하수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비가 내리면 비를 통해 지하수로 퍼질 수 있다"며 "적절한 보호 없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길주군 사람들은) 다른 지역보다 암, 백혈병, 염색체 이상 등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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