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를 훨씬 초과한 성적을 두고 체육계는 물론이고 선수단을 응원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한체육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선수들 개인과 대표팀의 역량에 대한 평가나 객관적 분석이 잘못됐거나 타국 대표팀들에 대한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된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내년 초 3선 연임을 노리는 이기흥 회장이 이끄는 체육회가 금메달 5개를 목표로 삼은 것을 두고도 '정략적' 고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이번 올림픽 이후엔 체육회 중심의 국가 체육정책에 큰 변화를 주겠단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체육회가 올림픽 성적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목표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은 게 아니냔 것이다.
체육회의 목표였던 금메달 5개는 한국이 첫 금메달을 따 냈던 1976년 몬트리얼 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직전 대회 도쿄 올림픽 성적은 금메달 6개, 종합순위 16위였다. 체육회는 도쿄 때보다 이번 대회 성적이 더 나쁠 수 있다고 올림픽 전부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회 시작 전부터 선수단의 성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체육계 인사들과 만난 여러 차례의 간담회 등에서 "개인적으로는 대표팀 올림픽 성적이 체육회 예상보다는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장미란 제2차관도 마찬가지다. 장 차관도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체육회가 너무 겸손하게 목표를 낮춘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로는 우리 선수들이 더 잘 해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특히 유인촌 장관은 지난달 말 아시아프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올림픽 메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최소한 금메달 8개 이상의 성적은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일관되게 체육회 예상치가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왔고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 장관의 예상이 실제 성적에 부합하고 있다. 대표팀이 체육회 예상보다 훨씬 많은 메달을 따 내고 있는 점에 대해선 국민 모두가 환호할 만한 경사임에도 체육회가 목표를 낮춰 잡은 배경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학교체육 활성화 포럼'에선 학교체육 붕괴에 대한 책임이 체육회와 종목별 단체, 시도 교육청의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체육회가 저출산 등에 대비해 학교나 엘리트 체육에 관한 중장기 방안을 세우지 않고 올림픽 메달 등 단기 성과만 신경썼다는 비판이었다. 아울러 체육회에 권력이 집중되고 체육회 중심으로 예산을 주면서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됐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5일 현재 선수단 전체 메달은 금 10개, 은 7개, 동 7개로 총 24개다. 폐회까지 일주일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미 2020 도쿄올림픽(금 6개, 은 4개, 동 10개, 총 20개)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금 9개, 은 3개, 동 9개, 총 21개) 기록을 벌써 넘어섰다.
엘리트 체육계의 한 인사는 "대표팀이 선전하고 있어 역대급 성적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임을 보면, 체육회가 올림픽 개회 전 내놓은 예측이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숫자란 게 증명된 셈"이라며 "선수단을 가장 속속들이 잘 아는 체육회가 그 정도로 틀린 예측을 한다면 무능하단 비판이 나와도 할말이 없을 것이고 일부러 예상치를 낮게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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