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류분 반환 받았는데 세금 내야 하나요?

머니투데이 박영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2024.08.05 04:00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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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의 재건을 이끈 세대들이 평균수명에 가까워지며 상속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상속 분쟁 양상 외에도 상속세 부담의 문제는 상속인들의 큰 숙제다. 슬픔에 빠져 있던 상속인도 고인이 돌아가신 뒤 6달을 꽉 채워 상속재산을 일일이 파악하고 재산 분할의 협의를 거쳐 상속세 신고서까지 접수하고 나면 '이제 고인을 보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힘든 일이다.

상속이 분쟁의 국면으로 접어들 때 늘 '유류분' 이슈가 대두된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으로 자유롭게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한다. 그러면서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근친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보장한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최소한의 유류분으로 주장할 수 있다. 배우자의 법정 상속 지분은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분의 1.5배다.

1977년부터 47년간 유지됐던 유류분은 올해 큰 변화를 겪었다. 연을 끊고 살던 연예인의 친모가 자식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찾아와 상속재산의 일부를 요구한 사건이 방아쇠가 됐다. '양육은 안 했지만 내가 낳았으니 무조건 반은 내 것'이라는 친모의 주장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현대 사회에 달라진 가족공동체의 윤리 관념에 화답하듯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25일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경우에도 장기간 유기, 정신적·신체적 학대 등 패륜적 행위가 있었다면 유류분을 상실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제자매는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가 거의 없고, 독일·오스트리아·일본에서도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도 이젠 '무조건적인' 상속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상속세 차원에서 유류분을 살펴보자. 상속이 개시되고 재산 분할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 경우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뒤따른다. 대법원 판결 선고까지 그 소송의 결과가 확정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승소 후 유류분 재산의 취득시기는 상속개시일로 소급하고 취득자는 그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판결 선고 내용에 따라 집행하는 방법도 만만치 않다. 경우에 따라 사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중 일부를 반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증여받지 않은 게 되기 때문에 이미 낸 증여세가 있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돌려받아야 한다. 특히 부동산의 일부 반환이 자주 문제가 된다. 원칙대로 하면 지분을 계산해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등기 등 까다로운 절차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지분 이전 대신에 현금을 주고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현금을 받은 유류분 권리자는 부동산 지분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행 상속세는 상속개시일 즉, 사망일 당시의 유산 자체를 과세 대상으로 한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상속세 완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각 상속인의 취득재산 가액별로 매기는 유산취득세로 체계를 전환하자는 논의도 있고,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재산을 추후 팔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개편하자는 주장도 힘을 모으고 있다. 어쨌든 현재 10%에서 최대 50%까지 누진세율로 부과되는 상속세는 상속인들에게 꽤 부담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보안 사항을 뚫고 고인의 상속재산을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그 재산의 평가와 상속세 계산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절차가 있다. 상속재산을 나눠 갖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들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제 유류분의 '상실 사유'라는 불특정 개념이 법에 들어온다면 분쟁의 양상이 더 고도화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상속세를 누가 얼마큼 부담할 것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나중에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지나친 계산보다는 상속인들끼리 서로 배려하는 '의좋은' 상속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유) 화우 박영웅 변호사
박영웅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에 합류하기 전 2010년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여 삼일회계법인 국제조세팀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조세실무를 경험했다. 2016년 변호사시험 합격 후 화우 조세그룹에 합류해 기업 관련 조세 소송, 세무조사 대응, 다국적기업의 Cross-border M&A 및 해외 입법자문, 국제조세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수료하고 다수의 논문을 저술하는 등 이론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엔 기업 총수의 상속, 미국 IRA Tax credit, 글로벌 최저한세,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등 특수한 조세 사건에서 활발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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