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점심 주는 학원 없나요"..늘봄학교 시행했지만 사교육 의존 여전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 2024.08.02 13:15
대전 서구 서부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신입생과 학부모가 프로그램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맞벌이라 방학이 막막하네요. 돌봄교실은 탈락했고 늘봄학교도 오전에 끝나서 애가 혼자 있어야 해서 걱정입니다. 저희 지역 내에 점심 챙겨주는 학원도 있나요?"
"○○ 태권도에서 도시락 시켜주기도 하던데 문의해보세요."

정부가 오는 2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돌봄교실+방과후학교 통합서비스) 운영을 확대키로 했지만, 여름방학을 맞은 학부모들은 여전히 사교육 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총선 전 여당(국민의힘)이 방학 중에도 늘봄학교를 확대하고 점심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학생 수와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지역별 운영 상황이 달라서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월 전국 2741개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전면 시행에 들어간 늘봄학교를 방학 중에도 운영 중이다. 1학기에는 시범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오는 9월 2학기부터는 전국 6175개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로 늘봄학교를 통해 원하는 학생들 누구나 정규 수업시간 이후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초등 2학년, 2026년에는 전 학년으로 운영 대상이 확대된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 저출생 추세 반전에 나서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온도차가 크다. 방학 중에 2시간 맞춤형 프로그램만 제공되고 있어 맞벌이 부부들은 여전히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서다.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오전 9시부터 2시간 남짓 프로그램 시간이 짧다"거나 "초등학교 1학년 혼자 밖에서 점심을 먹이기 불안해 결국 학원을 2~3개 등록했다"는 글이 적잖게 올라오고 있다.

기존 수익자 부담 체계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와 돌봄 서비스 체제에소는 간식과 점심 등이 제공되지만, 과밀학급 등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의 경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돌봄교실 이용을 위해 입급 우선 순위가 정해져 있어 맞벌이와 한부모가정 등이 탈락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재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간식과 점심 제공 등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수도권 교육청 관계자는 "차츰 돌봄과 늘봄학교의 기준을 폐지해 일원화하고 2학기부터는 늘봄학교에서도 간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역 내 학생 수가 타 시도에 비해 많아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많기 때문에 늘봄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지역 교육청 관계자도 "예산 문제는 물론 방학 중 근로자 추가 투입과 위생 유지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방학 중에는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급식 단가가 올라간다"면서 "추후 늘봄이 조금 더 정착되고 수요가 많아지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비수도권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학생 수가 적으면 추가 재정 투입이 가능하고, 교실과 인력 등도 충분해 지역마다 서로 다른 돌봄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다.

광주시교육청은 돌봄교실 학생들에게 도시락 급식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고, 부산시도 '거점형 늘봄서머스쿨'에서 학교 급식으로 점심 식사를 제공 중이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큰 도시의 과대학교가 아니면 지방 초1·2학년은 돌봄교실에서 대부분 수용이 가능하다"면서 "방학 때도 늘봄교실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끝나면 돌봄교실로 넘어와 오후까지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 역시 지난해 이미 예산을 편성해 간식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학 중에 점심 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업체 선정부터 조리실무사 구인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게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요조사를 해도 방학 중에는 식수 인원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며 "급식 종사자들과 이미 근로계약을 해놓은 부분이 있어 일률적으로 정부가 급식을 제공하도록 시·도교육청에 가이드라인을 내릴 수 없어 각 지역 여건에 맞게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지난 4월 늘봄학교 관련 브리핑에서 "방학 중 점심 제공은 예산 문제뿐만 아니라 급식종사자들이 기존 고용된 것을 변경해야 할 문제라 복잡하다"며 "시·도교육청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안은 제시할 것이고,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방학 동안에도 많이 확대되고 안착된다면 급식 제공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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