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가사관리사' 월 숙소비만 45만원…긴급 통역원은 2명뿐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 2024.08.05 15:30
한국에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필리핀 마닐라 이주노동부에 마련된 교육장에서 한국어 시험지를 풀고 있다. 2024.07.19. /사진=조규희 기자

9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실시되지만 사업 관련 상시 통역원은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의 가사관리사, 2500명의 신청자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아이 돌봄 영역에서 긴밀한 소통이 필수라는 점에서 의사 소통을 도울 통역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가사관리사가 숙박비·식비 등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생활비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전반에 외국인력 활용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처우 개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고용노동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관련해 준비된 상시 통역원은 2명이다. 통역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영어 능력은 탁월한 편인데 한국어 실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입국하는 이들은 고용허가제 한국어 능력시험(EPS-TOPIK)을 통과했다.

문제는 통상 제조업과 농어업 인력 등을 대상으로 한 EPS-TOPIK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아이와 교감,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한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돌봄 과정에서 다치거나 병원을 이용해야 할 때는 긴급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절실하다. 2명의 통역원으로는 일상적 업무는 물론 긴급한 사태 때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한국인 이용자의 가교 역할을 하기 어렵다.


필리핀 마닐라 이주노동부에서 한국어 특별교육을 받고 있는 필리핀가사관리사. 2024.07.19 /사진=조규희 기자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처우도 향후 도마 위에 오를 소지가 있다. 양질의 필리인 가사관리사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가 필요하다. 본지 취재 결과 100명의 필리핀가사관리사는 역삼 인근 숙소에서 2개 팀(45명·55명)으로 나눠 생활한다.

1인실은 45만원, 2인실은 39~42만원의 비용을 납부한다. 숙소비만 최대 45만원이 드는 셈인데 교통비, 식비 또한 자부담이다. 최저시급 986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5일, 주휴시간 35시간을 포함해 한달 근로시간 209시간으로 계산하면 월급이 206만740원이다. 숙소와 식비, 교통비를 제외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수중에는 80만~100만원이 남는다.

한국과 필리핀 정부간 '최소 주30시간의 근무 시간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상태인데 이용률에 따라 실제로 주30시간만 일하게 된다면 가사관리사 수중에 남는 돈이 10만원 안팎일 수도 있다는 소리다. 영어 사용 등 높은 기대감에 이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처우 개선도 고민의 지점이다. 필리핀 등 외국인력 송출국은 자국민의 대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보다 약간의 처우 개선만으로도 한국행을 택하는 외국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이는 곧 양질의 외국인력 공급의 시작점이 된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양국 정부 협약에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한국의 최저시급으로 정한 상태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는 시간당 9860원이 아닌 1만3700원을 지불해야 한다. 4000원 가량의 격차는 4대 보험료와 업체의 중개 수수료인데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이라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이용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 가격이 1만5000원선인만큼 1만3700원도 합리적 가격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시범사업인만큼 이용자 부담을 줄일수록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 효능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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