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월급 87만원인데…"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서 더 받아야" 왜?

머니투데이 홍콩=조규희 기자 | 2024.08.04 06:12

[MT리포트]100만 외국인력 시대, 우리 옆 다른 우리3-③ 홍콩과 다른 한국

편집자주 |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취업비자 소지자는 92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현재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절벽에 처해있고 2025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외국 노동인력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여야할 '현상'이 됐다. 100만 외국노동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우리 옆 다른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올바른 다문화 시대 조성을 위한 고민을 풀어본다.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 모여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2024.07.21. /사진=조규희 기자
오는 9월 한국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100명의 제한된 인력이 서울 지역에 한해 공급된다. 벌써 한국인 신청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 산술적으로 15대 1의 경쟁률이다.

영어 교육과 돌봄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지만 일각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비교하면서 국내서도 최저시급 이하의 계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인 만큼 '싼 값'에 공급해야 이용자들이 늘고 실제 결혼과 육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홍콩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격 조건'이 다른 만큼 한국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난달 21일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서 만난 38세 엘리는 한국에 가는 가사관리사와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갱신을 통해 6년동안 홍콩 가정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한국에 가는 가사관리사는 케어기버(Caregiver) 자격증을 보유했으며 잘 훈련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노인 돌봄 등 특별한 돌봄 교육을 듣고 인증받은 전문 인력"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입국하는 도메스틱헬퍼를 위해 따로 마련된 홍콩공항 내 입국장. 2024.07.20. /사진=조규희 기자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도메스틱헬퍼'(Domestic helper)로 분류된다. 케어기버와 비교했을 때 자격요건이 낮고 관련 교육 시간도 적다. 케어기버가 국가 대 국가의 협약(G2G)으로만 송출이 가능하다면 도메스틱헬퍼는 민간 대 민간(B2B)만 계약이 가능하다. 필리핀 인력공급 회사가 홍콩 인력공급 회사와 계약을 통해 홍콩 시장에 공급하는 형식이다.

고령자와 함께 사는 33세 조이는 케어기버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그는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 그러한 특별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케어기버"라며 "케기버 자격증이 있으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시장에서 움직이는 필리핀 도메스틱헬퍼는 홍콩의 사용자가 비행기 비용과 보험료를 내줘야하는 한다. 통상 홍콩 가정 내 거주하며 가사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도 홍콩에서 정한 최저 시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33세의 제니는 한달에 5000홍콩달러(약 87만원)를 받는다. 주 6일 근무하며 근무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가정 내 거주하는 만큼 사용자보다 일찍 일어난다. 제니는 "정해진 근무 시간은 없지만 보통 6시에 일어나고 일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9시30분쯤"이라고 말했다.

다른 도메스틱헬퍼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통상 12시간이 넘게 일을 한다. 32세 스코트니는 "하루 12시간 정도 일하는데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8시쯤 끝난다"며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면서 10살과 7살짜리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서 오후를 보내고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 2024.07.21./사진=조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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