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 단 104명, 그마저도 절반은 '빅5'로…최소 5년 '진료 공백'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박미주 기자 | 2024.08.01 16:32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가톨릭중앙의료원 등 빅5 병원에 지원한 전공의는 전날 기준 극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4.7.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당근'까지 제시했지만, 전공의 104명만 지원하는 데 그쳤다. 전체 전공의 인원의 약 90%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전공의 수련 기간이 4~5년이라는 점에서, 일단 향후 5년간은 전공의의 '손길'이 절실한 △암 등 중증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응급질환 환자들이 진료·수술의 차질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의대생마저 복귀하지 않는다면 이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7월31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지원자는 총 104명(인턴 13명, 레지던트 9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발발하기 전, 전체 전공의 인원이 1만3756명이었고, 현재(7월31일 기준) 출근 전공의 인원이 1194명(8.7%)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번 지원자가 모두 합격해 하반기부터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출근 전공의는 1298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9.4%에 그친다. 전공의 10명 중 9명(90.6%)이 끝내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전공의는 입원·응급 환자의 24시간 진료·처방·처치를 위한 당직 근무를, 수술장에서 주치의(전문의)의 진료 보조 등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대거 병원을 떠나면서 그들의 업무를 졸지에 전문의(의대 교수)가 대신 맡아왔는데, "사직하지 않더라도 순직하겠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전문의들이 과로에 시달리면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해왔다. 전공의 공백이 4~5년간 이어질 것으로 확정되면서 은퇴 이전 교수들의 줄사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병원들은 'PA'라 불리는 진료지원 간호사 투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부재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당장 따로 나오긴 힘들 것 같다"며 "급한 대로 'PA'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PA'는 그간 불법의 그늘에서 전공의 일부 업무를 대체해오다 지난 2월 27일 정부가 긴급 시행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 한시적으로 합법의 그늘로 옮겨왔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PA' 업무를 한시적이 아닌, 항구적으로 합법화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법제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과정에서 빅6(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고려대) 병원을 포함한 일부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은 "제자들의 자리를 지키겠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겠다고 '보이콧'를 선언했다. 각 수련병원 경영진은 한 명이라도 더 채우려는 분위기이지만, 의대 교수들이 교육을 거부하는 것이다. 일부 의대 교수는 새로 뽑은 전공의를 수술장에 데려가지 않는 방안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새로 들어오는 전공의에 대해 수련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건 일부 교수들의 의견 표현일 뿐 병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병원은 규정대로 수련 과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원한 104명 중 절반에 가까운 45명(43.2%)이 '빅5'에 무더기 지원하면서, 예견됐던 '빅5 쏠림 현상'은 현실화했다. 정부는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 '연차·과목·응시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지원하도록 특례를 제공했는데, 이는 지방 근무 전공의는 서울로, 서울 근무 전공의는 빅5로 '상향 지원'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려 왔다. 이에 따라 지방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진료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부재 대안으로 과도한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도록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개선하고 P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최종 방안을 마련한 뒤 '1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오는 9월부터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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