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연준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전 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12월 첫 인하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준의 통화정책은 대선과 무관하다고 강조한 만큼 대선과 관계없이 금리인하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준은 7월31일(현지시간) FOMC 종료 후 성명을 통해 8번째 연속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2%)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혀 금리인하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원회의 다수 의견은 경제가 정책금리를 인하하기에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책금리 인하는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FOMC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이 결정됐지만, 이번 회의 기간에 최소 1명의 위원이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연준 내 이미 금리인하 논의 분위기가 형성됐음을 시사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TWC의 제이미 패튼 글로벌 금리 공동 책임자는 "(파월 의장의 이 발언은) 매우 의미가 크다. 7월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면, 다음 회의까지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9월 (금리인하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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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은 FOMC에서 금리 4.5%까지 내린다"━
금리 조정 속도는 0.25%포인트씩 내리는 '베이비스텝'이 유력하다.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예정된 3번의 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가 결정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4.5~4.75% 수준까지 낮아지게 된다. 모간스탠리의 샘 코핀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올해 3차례의 베이비스텝 인하에 나선 뒤 내년에는 4차례 추가 인하를 통해 1%포인트를 더 낮춰 금리 수준을 3%대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빅스텝(0.5%포인트 조정) 가능성도 존재하나 기대는 낮다. 파월 의장은 이날 9월 빅스텝 가능성에 "현재로서는 0.5%포인트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 대형 헤지펀드 포인트72의 딘 마키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에 "연준은 7월 FOMC를 통해 시장이 예상한 9월 금리인하의 타당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며 "9월 첫 인하 이후에는 분기별로 올해는 12월, 내년에는 3월에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글로벌 X의 스콧 헬프스타인 투자 전략 책임자는 "지금까지 연준이 대선 전 (9월에) 금리를 내린 적은 단 1번"이라며 대선 이후인 12월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후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날 파월 의장은 "연준은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 또는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금리정책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준이 9월 인하에 나선다면 이는 주요 경제국들의 팬데믹 이후 피벗 행보에 뒤늦게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치솟은 물가를 잡고자 공격적인 긴축에 나섰던 국가들은 최근 금리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는 G7(주요 7개국) 중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연속(6, 7월) 기준금리를 내렸고, EU(유럽연합)도 6월 금리인하를 결정한 뒤 추가 인하를 조율 중이다. 이에 앞서 3, 5월엔 스위스와 스웨덴이 금리를 내렸다.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일본은 지난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7월31일 시중의 예상보다 이르게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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