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야구인가' 1위팀이 한 경기 30실점... 하루에만 109점 쏟아졌다 '700만 돌파' KBO의 명과 암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 2024.08.01 12:42
7월 31일 KBO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 쓰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전광판.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하루였다. 팬들이 흔히 말하는 대첩급 경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9-0으로 끝난 경기가 제일 얌전해 보일 정도다.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즈를 30-6으로 꺾었다.

42년 KBO 리그의 역사에도 길이 남을 경기였다. 두산은 이 경기 승리로 KBO 리그 한 경기 최다 득점과 최다 점수 차 경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KBO 리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은 1997년 5월 4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LG 트윈스에 27-5로 승리한 경기에서 나왔다.

KIA는 역사적인 기록의 주인공에서 희생양이 됐다. 종전 KBO 리그 최다 점수 차 경기는 2022년 7월 24일 KIA가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23-0으로 승리한 것이었다. 개막 후 7월 30일까지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4.39였으나, 하루 만에 4.57로 폭등했고, 두산의 팀 타율 역시 전날(7월 30일) 대비 0.278에서 0.281로 상승했다.

놀랍게도 양 팀 통틀어 36점이 나온 경기보다 더 늦게 끝난 경기도 있었다. 같은 날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는 홈팀 SSG 랜더스가 5-10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4시간 48분간의 혈투 끝에 롯데 자이언츠에 12-11로 역전승했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22안타 18득점으로 화력을 집중하면서 14안타 7득점의 KT 위즈를 제압했다. 17안타를 터트린 LG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11-5로 승리한 잠실 경기나, NC 다이노스가 9-0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팀 완봉승을 거둔 고척 경기는 약과였다.

승리한 팀도 찝찝함이 남는 하루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이날 5개 구장에서 쏟아진 109점은 KBO 리그 하루 최다 점수 신기록으로 종전 1999년 6월 13일 106점을 넘어선 것이었다. 1999년 106점은 더블헤더 포함 7경기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날의 기록은 의미심장하다. 그 탓에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야구냐'는 반응과 함께 농구와 풋볼에 비교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롯데 선수단이 6월 26일 사직 KIA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해는 유독 많은 점수 차를 뒤집는 경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젠 5~6점 차는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대표적인 경기가 6월 25일 부산 롯데-KIA전으로 롯데는 4회 초까지 1-14로 지고 있던 경기를 15-15 무승부로 끝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승부는 7월 종료 시점에서 2위부터 7위까지 5.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 등 치열한 순위경쟁과 700만 관중 돌파의 이유가 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경기력 저하로 고민에 빠지는 등 그림자도 있었다.

대첩이라 불리는 경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경기 시간 단축과 흥행을 생각해 도입된 수비 시프트 금지, 베이스 크기 확대 등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타고투저 현상,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으로 인한 선수들의 적응 문제가 있다. 여기에 일주일 앞당겨진 리그 일정과 올스타 브레이크 단축 그리고 더운 날씨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체력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된 점도 이유로 언급됐다. 그 탓에 구단에서 관리해주는 것 외에도 자체적으로 체력 관리에 들어간 선수도 아니다.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로 기록적인 5월을 보낸 두산의 토종 에이스 곽빈의 경우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살을 다시 찌워야 했다. 곽빈은 "나도 몰랐는데 스프링캠프 때보다 몸무게가 6㎏가 빠져 있었다. 이렇게 빠진 건 또 처음이다. 그래서 쉬는 동안 엄청나게 먹었다. 원래는 시즌 중에 야식을 잘 안 먹는데 올해는 아침, 점심, 저녁에 야식까지 하루 4끼를 챙겨 먹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얇은 선수층에 대한 이야기도 스멀스멀 다시 나왔다. 특히 한 이닝 책임지는 것도 벅찬 투수들이 1군에 올라오면서 이른바 대첩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 실제로 한 사령탑은 "2군에서 올릴 투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이는 이닝이터 선발 투수와 리그 평균 이상의 불펜 자원들에 대한 가치 폭등으로 이어졌다. 두산, SSG, 한화 등은 과감하게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고, KBO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조상우(30·키움)는 높아진 몸값에 타 구단들이 영입에 난색을 표현했다. 삼성은 얼마 전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잠정 은퇴 상태였던 송은범(40)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프로야구 흥행에 있어 다득점 경기가 많이 나오는 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투·타 불균형과 리그 경기력 저하는 결국 팬들을 떠나게 한다.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기대하는 KBO 리그도 너무 늦지 않게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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